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의 성패는 결국 도시에서 갈린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0% 이상이 도시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국가 탄소감축 목표를 실제 성과로 구현하는 핵심 무대 역시 도시다. 우리나라도 2035년까지 2018년 순배출량 대비 최소 53%에서 최대 61%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탄소중립도시를 저탄소 설비를 늘리는 공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와 자원을 생산하고 회수해 기존 도시기반시설과 연계하는 통합형 도시운영체계로 전환해야만 한다.
그러나 환경·에너지 인프라가 도시에 정착하려면 기술 성능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간적, 사회적, 기술적 수용성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먼저 공간적 수용성은 시설 부지와 배관망, 유지관리 공간, 기존 기반시설과의 연계 등을 함께 고려하는 문제다.
고밀도 도시에서는 신규 부지 확보가 어려운 만큼, 저장·공급·분배시설의 지하·입체화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장과 소각시설, 산업단지, 유휴부지를 탄소중립 에너지 허브(지역 에너지·자원순환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적 수용성은 주민의 신뢰와 참여, 부담과 편익의 공정한 배분에서 출발한다. 사업 초기부터 입지와 규모, 환경영향과 편익배분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에너지요금 절감, 환경질 개선, 주민투자 수익과 지역 일자리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을 계량화하고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적 수용성은 현장 적용성과 운영 지속성의 문제다. 단위설비의 효율뿐 아니라 기존 전력과 열, 상하수도, 폐기물 인프라와의 호환성, 시공성과 유지관리성, 장기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탄소감축 효과와 운영성과를 실시간 관리하는 디지털 통합운영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전환은 경제적으로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2024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 9158만 톤으로 전년 대비 2% 줄었지만, 2030 국가 온실가스 배출 목표(NDC) 이행에는 연평균 3.6% 이상의 감축이 요구된다. 단기 실증과 초기 보조금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건설부터 운영, 보수, 교체, 폐기까지 전주기 비용을 평가하고 탄소감축과 환경개선, 지역편익까지 경제적 가치에 반영해야 한다.
2024년 선정된 충남 당진, 제주, 충남 보령, 서울 노원 등 4개 탄소중립 선도도시는 계획을 실제 도시공간에서 검증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개별 기술 실증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프라의 성능과 입지 적합성, 주민수용성, 기존 기반시설과의 호환성, 장기 운영성과와 경제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특히 수소배관과 저장시설, 자원·에너지 순환시설, 이산화탄소(CO₂)포집·활용(CCUS) 설비 등을 도시 단위에서 연계하려면 통합형 실증체계가 필요하다. 수소도시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축적해 온 안전과 수용성 연구도 환경·에너지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해 공간적, 사회적, 기술적 수용성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주민과 지자체, 사업자, 운영기관이 입지와 규모, 투자방식과 편익배분을 비교할 수 있는 참여형 디지털트윈과 통합 의사결정 플랫폼도 선도도시의 성과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황인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환경연구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