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향후 4년간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중국차의 저가 공세에 자국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가 위협받자 추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27.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일본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중국차의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잇따라 장벽을 높이는 상황이다.

중국차의 유럽 공세는 두드러진다. EU의 중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입은 올해 9월까지 1년 새 86% 늘었고, 수입 가격은 20% 떨어졌다. 중국 브랜드 점유율도 2024년 2%에서 올해 상반기 25%로 급등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기본 관세 10%를 포함해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차에는 기본 관세 10%만 적용해 왔다. 중국 업체들이 이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서 막힌 판로를 다른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 부진 속에 쌓인 재고와 과잉 생산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는데 유럽 시장의 문턱이 높아지면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으로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차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국내 시장이 격전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중국 브랜드 전기차 신규 등록은 1만2178대로 전년 동기보다 334.6% 늘었고, 시장 점유율도 1년 새 3%에서 6.1%로 높아졌다. 비야디(BYD)는 올해 1~9월 국내에서 전 차종을 통틀어 2만137대가 신규 등록돼 수입차 판매 4위에 올랐다. 얼마전 국내 출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는 비슷한 사양의 유럽 판매가보다 3000만원 가까이 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차의 공세가 하이브리드 SUV 시장으로 번지면 현대차·기아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1~9월 글로벌 판매량은 288만6763대로 전년 동기보다 7% 줄었다. 해외 판매는 243만8582대로 5.1% 감소했고, 국내 판매는 44만8181대로 16.3% 급감했다. 판매 부진에 부품 공급 차질과 노조 파업까지 겹쳤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5조36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8% 줄었다.

주요국들이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서는 건 그만큼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응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산 자동차에는 8% 관세만 적용하고,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도 전기차는 빠져 있다. 산업계의 위기감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 생산과 투자를 뒷받침할 세제 지원과 중국차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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