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북미 에어컨 출시…온수기 넘어 냉난방공조 사업 확대
귀뚜라미, 비보일러 매출 70%…반도체·데이터센터 냉각설비 공략
내수 보일러 시장 성숙에 사업 다각화…신사업 수익성 확보가 관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내 보일러 업계 양강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그룹이 ‘사계절 사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에어컨 출시로 여름을 공략하는 한편 환기청정기를 앞세워 가정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귀뚜라미는 산업용 공조로 넓혔다. 귀뚜라미범양냉방 등 냉동공조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겨울철 난방 수요에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경동나비엔, 에어컨에 공조까지… ‘계절성 탈피’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북미에서 온수기와 보일러로 확보한 판매 기반을 에어컨과 히트펌프 등 가정용 냉난방 제품으로 넓히고 있다. 귀뚜라미는 반도체·배터리 생산시설과 대형 건물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냉각·공조설비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4월 북미시장에 가변용량 에어컨을 선보였다. 냉방 수요에 따라 압축기 운전량을 조절하는 제품으로, 기존 온수기와 보일러에 더해 여름철 판매할 수 있는 제품군을 확보한 것이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AHR 엑스포 2026’에서 가스와 전기를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온수기와 냉난방공조 시스템을 공개했다. 하이드로 퍼니스, 히트펌프, 에어컨, 에어핸들러 등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추면서 북미 주택의 난방과 냉방, 온수 수요를 함께 공략하고 있다.
북미시장 확대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경동나비엔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502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1조438억원으로 전체의 69.5%를 차지했다. 경동나비엔의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북미 매출만 8658억원에 달한다. 경동나비엔이 포함된 ‘경동생활환경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6471억원이다.
경동나비엔의 사계절 사업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습 환기청정기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 신제품을 선보였다. 겨울철 온수매트로 알려졌던 숙면 제품을 여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냉방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는 냉방매트로, 겨울에는 온수매트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환기청정기도 사계절 사업의 한 축이다. 경동나비엔의 제습 환기청정기는 외부 공기 유입과 실내 공기 배출, 제습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봄철 미세먼지와 여름철 습도, 겨울철 환기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다. 또 주방가전 브랜드 ‘나비엔 매직’을 통해 인덕션과 3D 에어후드도 판매한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오염물질을 관리하는 제품으로, 제습 환기청정기와 연동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3분기와 4분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경향성이 강했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 유럽 등이 모두 북반구에 위치해 겨울에 사용되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수익성이 강했다”며 “환기청정기 등 실내 공조 사업은 계절성을 완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귀뚜라미, AI데이터센터에 냉동공조까지… ‘산업영역’으로 확장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보다 일찍 냉방 사업에 진출했다. 특히 인수합병(M&A)을 통해 냉동공조 기술과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귀뚜라미는 2003년 센추리 아산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2006년 범양냉방을 인수했다. 2008년에는 신성이엔지가 보유하고 있던 신성엔지니어링도 사들였다. 신성엔지니어링은 냉동기와 항온항습기, 공기조화기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인수 전략은 현재 귀뚜라미그룹의 매출 구조에도 반영돼 있다. 귀뚜라미그룹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계열사 전체 매출은 1조6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비보일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이미 보일러보다 다른 사업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집단으로 바뀐 셈이다.
냉방 사업의 성장세도 난방 사업을 앞섰다. 귀뚜라미그룹의 냉방 부문 매출은 2017년 4940억원에서 지난해 7080억원으로 4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난방 부문 매출은 3770억원에서 4580억원으로 2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냉방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42%에서 지난해 44%로 높아졌다. 반면 난방 사업 비중은 같은 기간 32%에서 28%로 낮아졌다. 냉방 사업 규모가 난방 사업을 넘어선 상태다.
귀뚜라미범양냉방은 산업시설과 대형 건물 등에 사용되는 냉각탑을 공급하고 있다. 냉각탑은 건물의 냉방설비나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장치다. 대형 공장과 산업시설에서는 생산설비 가동에 따라 연중 냉각 수요가 발생한다.
특히 최근 귀뚜라미가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는 AI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서버가 가동되는 동안 상당한 열이 발생하는데, 서버의 정상 작동을 위해 냉각설비를 연중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용 공조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귀뚜라미그룹은 이달 초 공개한 기업 광고에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2차전지, 원전, 조선·방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냉동공조 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과거 가정용 보일러를 앞세웠던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산업용 냉난방공조 전문기업으로서의 사업 영역을 알리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국내 보일러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2000년대부터 냉방과 공조, 에너지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성장했다”며 “귀뚜라미의 냉난방공조 기술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2차전지, 원자력발전소, 조선, 방위산업 등 대한민국 핵심산업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