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KAIST, 기존에 부적합했던 두 용매 혼합해 고성능 전해액 개발
- 150회 충·방전 후에도 용량 80% 유지, 전기차·ESS 배터리 수명 연장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기존보다 3배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배터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두 가지 용매를 섞어 오히려 성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송현곤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서동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리튬금속배터리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고성능 전해액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리튬금속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사용하는 흑연 대신 리튬금속을 음극으로 활용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이론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두 배 가까이 높일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를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금속이 전해액과 불필요하게 반응하면서 배터리 용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많은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높은 전압으로 충전할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해진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틸렌카보네이트(EC)와 설폴레인(SL)이라는 두 용매에 주목했다.
두 용매는 모두 리튬이온을 강하게 붙잡는 특성 때문에 리튬금속배터리에는 적합하지 않은 소재로 여겨졌다.
연구팀은 기존의 접근법을 뒤집었다. 리튬이온을 강하게 붙잡는 두 용매를 오히려 함께 섞은 것이다.
EC와 SL을 3대 7 비율로 혼합하고 리튬염과 소량의 전극 보호막 안정화 첨가제를 더했다.
두 용매를 섞자 각각의 용매가 리튬이온을 붙잡는 힘이 오히려 약해졌다. 두 용매 분자가 서로 끌어당기면서 리튬이온과의 결합력이 감소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협동 용매화’로 명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해액을 하이니켈 양극 리튬금속배터리에 적용해 섭씨 25도에서 4.5V까지 충전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15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약 80%를 유지했다.
반면 기존 탄산염계 전해액을 사용한 배터리는 약 50회 만에 초기 용량이 80% 이하로 떨어졌다. 동일한 용량 유지 기준에서 충·방전 수명이 약 3배 늘어난 셈이다.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쿨롱효율도 초기 98.24%, 평균 99.35%를 기록했다.
전해액 분해에 따른 가스 발생과 양극에서 니켈이 녹아 나오는 현상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리튬금속배터리뿐 아니라 고전압 리튬이온배터리와 나트륨·칼륨 이온전지 등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현곤 UNIST 교수는 “고가의 불소계 용매나 고농도 염에 의존하지 않고도 상용 용매를 이용해 전해액 성능을 높였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에 쓰일 고용량 리튬금속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 8월 11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