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하기’.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얻는 예술 기법이다. 이 기술이 예술에서 도시로 넘어오면 익숙한 일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혁신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세계는 지금, 민생 회복의 돌파구를 찾아 ‘도시의 밤’을 낯설게 하고 있다.
2003년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파리, 뉴욕, 런던, 시드니 등 세계 각 도시가 앞다퉈 야간 경제라는 21세기 도시 실험에 착수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도와 실험으로 더 이상 새로움의 여지가 남지 않은 도시의 낮 대신, 미개척의 시간인 ‘도시의 밤’에 주목한 것이다. 유흥과 음주, 규제와 단속의 시간으로 여겨졌던 밤을, 낮과 다른 문화와 여가, 매력이 펼쳐지는 두 번째 민생의 시간으로 도시의 문법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도시의 낯선 실험은 ‘야간’이 문화, 관광을 넘어 사회적 안정과 고용 창출을 견인하는 핵심 기반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공개된 ‘2026 야간경제 보고서’ 역시 전 세계 야간경제 규모를 세계 GDP의 약 3%에 해당하는 연간 3~4조 달러로 추산했다. 세계 고용인구 10명 중 1명이 야간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서울도 민생을 깨우는 ‘밤의 실험’에 합류했다. 서울형 야간 경제, 일명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이다. ‘낮에도 밤에도 안전한 도시’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오후 6시 이후 문화, 여가, 소비를 활성화해 골목상권 매출을 올리고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5년 뒤 연간 야간 소비를 5조 원까지 늘려 서울 관광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골목 불빛이 하나둘 꺼져가는 가운데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의 살길을 열어줄 소비 수요를 만드는 일은 여야 경계를 넘어 우리 사회 모두가 팔을 걷어야 할 절박한 민생 과제다. 관광객의 발길이 서울 25개 자치구 구석구석 골목, 상점까지 이어진다면 야간 경제는 일종의 관광 이벤트를 넘어 시민이 체감하는 민생 정책이 될 수 있다.
다만 야간 경제가 실험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뿌리내리려면 지금껏 도시의 밤이 결코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사실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버스와 지하철이 멈춘 새벽 차량 내부와 선로 정비도, 헝클어진 거리를 치우고 안전하게 보수하는 일도 모두 ‘밤’에 이뤄진다.
또 야간 경제에는 필연적으로 ‘야간 노동’이 뒤따른다. 늘어나는 일자리 뒤에 문화·상업 시설 운영 인력부터 음식점 종사자, 버스 기사, 청소·경비 노동자, 안전요원 등 ‘야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권익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앞서 야간 경제의 문을 연 도시들이 정책 추진에 앞서 상인, 주민, 노동자 간 갈등 조정에 힘을 쏟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도시 안전을 지킬 시간을 확보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은 야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제동장치가 아니라 정책을 더 오래, 더 멀리 끌고 가기 위한 안전장치다. 서울시의회는 밤의 가능성만큼이나 밤의 무게도 함께 헤아리며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서울형 야간 경제’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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