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서 양국 국회의장 공동 기자회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이 크로아티아의 한국산 다연장로켓 ‘천무’ 도입을 두고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방산 협력을 무기체계 거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산업·기술 협력으로 넓혀 가자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의장은 9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고르단 얀드로코비치 크로아티아 국회의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무기체계 도입을 넘어 장기적인 신뢰와 호혜성을 바탕으로 한 산업·기술 협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무 도입을 양국이 쌓아 온 신뢰가 실질 협력으로 결실을 본 사례로 평가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0일 크로아티아 국방부와 천무(여러 발의 로켓을 연이어 발사하는 다연장로켓 체계) 18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방위사업청이 밝힌 계약 규모는 약 6400억원(4억1000만 유로)이다. 크로아티아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에 이어 유럽의 네 번째 천무 도입국이 됐다. 양국 국방부는 같은 날 국방협력 양해각서(MOU)에도 서명했다.
조 의장은 양국 의회가 뒷받침할 협력 분야로 경제·인프라, 국방·방산, 문화·인적 교류를 제시했다. 한국과 크로아티아는 2023년 10월 총리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조 의장은 이 관계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의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 협력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조 의장은 조선과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쌓은 한국의 산업 역량이 아드리아해를 낀 크로아티아의 지리적 이점, 항만·물류망과 만나면 새로운 협력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목한 곳은 크로아티아 최대 화물항인 리예카항이다. 크로아티아 공영방송 HRT에 따르면 조 의장은 리예카의 항만·철도 기반시설과 함께 크르크섬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의 전략적 가치를 언급했다. 크로아티아는 이 터미널을 발판으로 주변국에 가스를 공급하는 ‘에너지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조 의장은 항만과 철도·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를 기대했다.
인적 교류에도 무게를 실었다. 조 의장은 국가 간 관계를 가장 오래 지탱하는 힘은 결국 국민 사이의 우정이라고 짚었다. 관광과 문화 분야의 교류가 청년과 학생, 연구자, 예술인의 지속적인 왕래로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도 덧붙였다.
얀드로코비치 의장은 천무 도입을 양국 우호 관계가 거둔 구체적인 성과로 꼽았다고 HRT는 전했다. 그는 조 의장의 방한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정부와 장관급 교류가 활발한 만큼 의회 간 관계도 한층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앞서 2024년에는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이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얀드로코비치 의장을 초청한 바 있다.
방산 협력의 확대 가능성도 거론됐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얀드로코비치 의장은 이날 오찬에서 공군·해군 현대화 사업에서도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조 의장은 한국이 우수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화답했다.
조 의장은 같은 날 조란 밀라노비치 대통령,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와도 잇따라 면담했다. 이번 순방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황희 의원과 국민의힘 최형두·강민국 의원이 동행했다. 조 의장은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이탈리아와 교황청, 크로아티아, 그리스를 차례로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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