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정보·방첩 분야에서 한국이 동맹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이 6개월을 넘기고, 국가정보원이 한미일 회의에서 제외된 사실이 드러난 직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시간) 한미 정보 협력 현황을 묻는 서면 질의에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온 동맹의 기준을 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정보와 방첩 분야에서의 기준 준수를 강조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어떤 기준을 말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한국이 그 기준을 어겼다고 보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한미는 1987년 군사비밀보호협정을 맺고 비밀 정보를 주고받아 왔다. 두 나라가 함께 만들거나 나눠 가진 비밀은 ‘연합비밀’로 묶인다. 국방정보본부는 지난 4월 22일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사항이 연합비밀이어서 공개가 제한된다고 국회에 답했다.
미 국무부에서도 같은 날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국무부 당국자는 미국의소리(VOA)에 모든 동맹국이 정보·방첩 사안을 적절히 다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미일 회의에서 국정원 배제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다.
발단은 지난 3월 6일이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가동되는 곳으로 영변, 강선과 함께 평안북도 구성을 지목했다. 미국은 4월 초부터 위성으로 수집한 대북 정보 일부를 한국에 넘기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이 4월 21일 이 사실을 확인했다.
정 장관은 공개 자료를 근거로 정책을 설명했을 뿐 정보 유출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그러나 같은 달 23일 구성 관련 사항이 한미 연합비밀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정 장관이 미국에서 받은 정보를 유출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핵 관련 핵심 정보 가운데 일부가 제한되고 있다고 답했다. 정보 공유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비롯해 핵·미사일 대응 임무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상황은 빨리 해소되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현재 3국 협의체 회의에서 빠진 상태다. 6월 25~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외교당국 간 실무그룹 회의다. 외교부 보도자료 기준으로 3국 담당자 60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8일 미국 요청으로 회의에서 빠졌다고 시인했다. 2023년 12월 협의체가 출범한 뒤 국정원이 제외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같은 날 공지를 내고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며, 지금은 한미 정보당국 사이에 오해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배제를 요청한 이유와 이후 조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4월에도 모든 파트너가 비공개 채널로 공유된 미국의 민감 정보를 보호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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