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 불발뒤 위원회 비난글 공유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비 필라이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를 비난하는 타인의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전 9시 25분(미 동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Schoenlaw’ 계정의 게시물을 재공유했다. 노벨위원회가 필라이를 수상자로 발표한 지 몇 시간 뒤다.
해당 글은 “노벨위원회가 유엔 출신 필라이에게 평화상을 줌으로써 돌이킬 수 없이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한때 위대했던 노벨평화상의 위상을 훼손했다”고 적혔다.
필라이를 두고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대놓고 증오하는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재임 중 테러리스트를 치켜세우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이롭게 했으며,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인정한 조사는 가짜라는 주장도 담았다. 글에 근거 자료는 첨부되지 않았다.
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아브라함 협정 체결과 확대, 인질 귀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 이란 저지, 가자지구 재건 시도를 열거했다. 이런 일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이 본래 기리려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게시물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지 않았다. 같은 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콜럼버스의 날’ 기념행사 연설에서도 노벨평화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이 8개의 전쟁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상을 주지 않으면 노벨위원회에 큰 불명예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필라이(85)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법률가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2003~2008년)과 유엔 인권최고대표(2008~2014년)를 지냈다. 그가 위원장을 맡았던 유엔 독립조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 당국과 군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고,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했다. 노벨위원회는 선정 사유로 ‘평화와 국제법 증진을 위한 노력’을 들었다.
미국 정부는 같은 날 ICC 기관 자체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발표한 이번 조치로 미국 관할 내 ICC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 개인의 ICC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일부 업무에는 180일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다. 그간 미국의 제재는 ICC 재판관과 검사 등 개인을 겨냥해 왔다.
제재 발표는 필라이의 수상 발표 몇 시간 뒤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1일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ICC 전체에 대한 제재를 준비했으며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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