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위 국감서 ‘희생론’ 공방

“기획 자체가 공적인 업무”

정권 홍보 “1초도 생각한 적 없어”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4개사의 희생은 그냥 4개사가 하면 된다. 여기에 국가 지원이 필요 없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박진영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K-팝 축제 ‘패노메논’(FANOMENON)이 4대 기획사의 희생을 담보로 시작되는 프로젝트라는 박 위원장의 설명을 되받은 것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도 “민간에서 해도 될 것을 굳이 왜 국가에서 나서느냐”고 따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 위원장은 “우리만 생각하면, 안 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그는 K-팝으로 모은 관광객을 다른 산업으로 잇는 ‘확산 효과’를 명분으로 들며, 패노메논을 “정부 기획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국감에선 4대 기획사 특혜 논란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의 상표권 선출원, 정권 홍보 의혹, 경제효과 추정치의 근거가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선의를 내세우면서도 상표권 출원 방식에 대해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들이었다고 생각은 한다”고 돌아봤다.

내년 12월 대망의 첫 행사를 여는 패노메논은 K-팝 콘서트, 팬덤 시상식, K-컬처 기업의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초대형 행사다. 하이브와 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K-팝 4대 기획사가 이 행사를 이끄는 주체다. 행사의 차별점은 ‘팬덤’을 소비자가 아닌 K-컬처 확산의 주체로 본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명칭 역시 ‘팬’(Fan)과 ‘현상’(Phenomenon)이란 단어를 결합해 지었다. ‘팬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란 의미를 담았다.

“따로 공연하면 수익 2~3배”…야당 “그럼 왜 국가가 나서나”

패노메논 공방은 특혜 논란에서 출발했다. 배 의원은 “보통 국가 사업은 공고를 내고 능력 있는 회사를 선정해 함께한다”며 “이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내부자들인 회사들이 내부 정보를 통해 국가 사업에 단독으로 진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희생론’으로 맞섰다. 그는 “패노메논 행사 때 4개사의 대표 가수들이 이걸 안 하고 따로 공연을 하면 두 배, 세 배의 수익을 낸다”며 “YG한테 빌고, SM한테 빌고, 하이브한테 빌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장 앞으로 몇 년 안에 몇백억 대의 손해가 일어날 일”이라며 “특혜를 받는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다”고 항변했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실제 간판 그룹의 투어 매출 규모는 상당하다. 미국 빌보드 박스스코어에 따르면 하이브 소속 방탄소년단(BTS)의 ‘아리랑’(ARIRANG) 월드투어는 지난 8월 한 달에만 12회 공연으로 1억7170만달러(약 2337억원)를 벌어들였다. JYP 소속 스트레이 키즈의 ‘도미네이트’(dominATE) 월드투어도 빌보드의 2025년 연간 집계에서 31회 공연으로 1억8570만달러(약 2500억원)를 기록했다.

‘희생론’은 역공의 빌미가 됐다. 배 의원이 4개사의 희생에 국가 지원은 필요 없다고 했고, 김 의원은 “놔두면 충분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걸 왜 국가가 관여해 그 기회를 박탈하느냐”고 추궁했다.

박 위원장은 4대 기획사만 생각하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수긍하면서도, 관광객을 모아 게임, 패션, 라이프스타일, 뷰티 등 다른 분야로 “확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같은 지적에도 “4사 이익을 생각하면 우리끼리 하는 게 낫다”며 “수많은 사람을 끌어모아 패션, 화장품, 게임 쪽으로 확산시키는 일을 하려다 보니 기획 자체를 공적인 업무로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패노메논은 정부가 하는 행사에 4대 기획사가 어떤 이권을 노리고 들어온 게 아니다”라며 “어느 곳이든 손을 놓으면 이 행사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모자 두 개 교대로 쓴다”…정부 사업인가, 민간 행사인가

사업의 성격도 쟁점이 됐다. 조 의원은 패노메논이 정부 위원회의 사업인지, 박 위원장의 사업인지, 민간 프로젝트인지를 따져 물었다.

박 위원장은 “제가 모자를 두 개 교대로 쓴다. JYP 경영자를 했다가 대중문화교류위 위원장을 했다가 하는데, 이건 위원장 모자를 쓰고 개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부 기획 사업”이라고 못 박은 뒤 “운영을 누가 할지는 프로젝트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정한다”고 부연했다. 기획은 정부 위원회가, 운영은 민간이 맡는다는 취지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앞선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구도를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대중문화교류위는 정부와 민간 기업 사이에서 기획을 하고 아이디어를 낸 후, 그 실행은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때로는 관 주도로, 때로는 민 주도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패노메논 시상식과 페스티벌은 성격상 민 주도로 하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고했다. K-팝 4개사가 동일한 자본금을 넣고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박 위원장은 설명했다.

정부의 설명은 ‘민간’에 방점이 찍혔다. 문체부는 이날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패노메논 행사는 순수 민간 자본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대중문화교류위에 책정된 내년 예산 150억원은 중소기업의 행사 참여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설명이다.

국감장에서도 예산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위원회 운영비와 내년 행사 지원 예산을 거론하며 “거의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민간 행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 장관은 “패노메논에는 정부 예산이 하나도 투입되지 않는다”며 “중소 K-컬처 기업들이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지원금을 들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상표권은 “일단 제가 해놓겠다”…장관과 만나 논의

패노메논 행사는 이미 국감 전부터 상표권 선출원으로 논란이 일었다. 앞서 JYP는 대중문화교류위가 출범을 알린 지난해 10월 1일 패노메논 국내 상표권을 단독으로 출원했다. 같은 해 11월엔 미국에서, 이후 일본과 멕시코에서도 출원했다. 배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박 위원장은 모두 인정했다.

배 의원은 JYP와 문체부가 지난 4월 1일 맺은 ‘상표권 출원에 관한 권리 일부 양도 계약서’를 언급, “국내 지분은 절반만 문체부가 가지고, 해외 권리는 JYP에 모두 귀속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해외 상표권까지 JYP가 갖는 것이 맞느냐는 질의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그는 이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 위원장은 “JYP에 전담팀이 있으니 미리 출원해 놓고 정부에 넘기는 식의 방법을 취한 게 분명히 정상적이지 않은 면은 있다”며 “행여나 누가 뺏을까 봐, 의도만큼은 정말 잘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저런 방법을 쓰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들이었다고 생각은 한다”고 덧붙였다.

상표권으로 얻을 수익을 묻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모르지만 저희 회사에 남을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순한 의도의 개인이 먼저 출원했다면 오늘 국감은 왜 미적대다 일 처리를 서투르게 했느냐는 국감이 됐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야당은 개최 시기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패노메논이 2028년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 열린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위의 위의 분이 오셔도 제가 생각할 때 우리나라를 위한 일이 아닌 것 같으면 안 한다”며 “누가 뭐 하라고 해서 겁먹고 하는 성격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절대 대통령을 위해, 민주당을 위해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총선이 언제인지도 생각 못 하고 있었다”고 했다.

정권과 함께 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조 의원의 우려에도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서, 이 정권 혹은 민주당을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을 1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이 일이 우리 다음 세대에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증인 선서를 했으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패노메논은 K-팝 콘서트와 팬덤 시상식, K-컬처 기업의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행사로 내년 12월 열린다. 박 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민과 관이 어떻게 협력해서 일해야 할지 아직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좋은 예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