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95% “불안·스트레스가 악화 요인”…더위 응답 크게 웃돌아

긴장·땀 악순환에 대인관계 지장…우울·불안 유병률도 3배 높아

단순 체질 아닌 질환…바르는 전문약·보톡스 등 맞춤 치료 필요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이 분비되는 질환, 다한증. [게티이미지뱅크]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이 분비되는 질환, 다한증.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무더위가 물러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철에 접어들었지만, 계절과 무관하게 과도한 땀으로 고통받는 다한증 환자들의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다한증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원인이 단순 기온 상승보다는 일상적인 불안과 스트레스, 대인관계 등 심리적 요인에 더 크게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다한증은 체온 조절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이 분비되는 질환이다.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얼굴 등 국소 부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외부 기온뿐 아니라 긴장과 스트레스 같은 감정적 자극에 반응해 증상이 심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다한증 환자 대다수는 날씨보다 감정적 요인에서 더 큰 증상 악화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주대병원 다한증센터를 찾은 원발성 다한증 환자 255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환자의 95.2%는 증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불안 또는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대인관계’를 꼽은 응답도 77.0%에 달했다.

반면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더위’(52.4%)나 ‘여름철’(50.8%)을 원인으로 꼽은 비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조사 대상 환자의 87.9%는 과도한 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방해를 받는다고 호소했다.

해외 임상 연구에서도 계절적 요인의 한계가 확인된다. 2024년 튀르키예 연구팀이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질환 중증도 평가에 따르면, 환자의 51%가 계절 변화와 무관하게 연중 분비되는 땀의 양이 동일하다고 답했다.

이는 면접, 업무 발표, 미팅 등 긴장도가 높은 사회적 환경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과의 악수나 옷에 배는 땀 자국 등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땀 분비를 촉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2016년 피부과 외래 환자 2017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에서는 다한증 환자의 불안 유병률(21.3%)과 우울 유병률(27.2%)이 일반 환자(각각 7.5%, 9.7%)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심리적 부담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다한증 증상을 계절이나 기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환자에 따라 여름이나 더운 환경에서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지만, 날씨가 선선해진 뒤에도 손이나 발, 겨드랑이 등에 과도한 땀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땀으로 인해 대인관계나 학업, 직장생활 등에 불편이 이어진다면 단순한 체질이나 계절 탓으로만 넘기기보다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한증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와 정도, 불편을 느끼는 상황이 환자마다 다른 만큼 계절 변화만으로 증상의 정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선선해진 뒤에도 땀으로 인한 불편이 지속된다면 단순 체질로 치부해 방치하기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한증은 발생 부위와 중증도에 따라 단계별 치료가 가능하다. 바르는 외용제를 비롯해 보툴리눔 톡신 주사, 이온영동 치료, 교감신경 절제술 등이 적용된다.

특히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를 위한 외용 전문의약품이 도입되면서 비수술적 처방 선택지가 한층 넓어졌다.

계절의 변화와 상관없이 학업, 업무,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서 땀으로 인한 기능 저하와 심리적 위축이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 발현 부위와 중증도에 맞는 의학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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