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드 몽테스키외 백작의 초상>은 당대 사교계의 거물이었던 몽테스키외 백작을 마치 멋스러운 패션 화보처럼 그려낸 그림입니다. 몽테스키외 백작은 당시 평론가, 시인, 예술가로 활동한 인물로,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에 모델로 등장할 정도로 유명 인사였다고 합니다.
조반니 볼디니의 이 그림에서 드러나는 백작의 모습은 어떤가요? 무심한 표정, 머리카락이 한 가닥도 삐져나오지 않은 깔끔한 헤어스타일, 멋을 잔뜩 부린 콧수염 등, 왠지 초상화 모델로 서기 전에 정말 오랫동안 거울을 들여다보며 외모를 점검하고 또 점검했을 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최고급 양복을 입고 산양 가죽 장갑을 낀 채 루이 15세가 썼던 지팡이를 우아하게 들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댄디즘(dandyism)’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댄디란 우아한 복장과 세련된 몸가짐으로 지적인 우월감을 뽐내는 멋쟁이 남성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당시 댄디를 표방하는 대다수 남성은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만 집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몽테스키외 백작은 조금 궤를 달리한 모양입니다.
시인 보들레르는 몽테스키외 백작을 “스스로 독창성에 이르고자 하는 열렬한 욕구에 사로잡힌 정신적 귀족주의자”라고 평했습니다. 즉 몽테스키외 백작은 내면적으로, 정신적으로 ‘진짜 댄디’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거지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정신적인 품위야말로 진짜 댄디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백작의 나이가 대략 몇 살 정도 되어 보이나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 예상으로는 갱년기를 한창 지나고 있는 나이대일 것이라 짐작됩니다.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있냐고요? 물론이지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40대 이후로 매년 1퍼센트 정도씩 감소합니다. 60대까지 꾸준하게 감소하다가 80대에 이르면 상당히 낮은 수치가 됩니다.
40대 중반만 되어도 남성에게 갱년기가 찾아오면서 큰 변화를 겪죠.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감소하면 피로감, 우울증, 무력감이 몰려오고, 근골격의 양은 떨어지며 체지방량은 증가한다고 합니다. 만약 멋쟁이의 판단 기준이 겉모습이라면, 그 무렵에 많은 남성들은 이미 멋쟁이의 자격을 꽤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죠. 갱년기 남성이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갱년기가 몽테스키외 백작을 피해가기라도 한 걸까요? 백작은 오히려 당당해 보입니다. 겉모습도 겉모습이지만 내면을 끊임없이 가꾸어왔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르몬 기능이 떨어지고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여러 방법으로 노화를 늦추거나 보완할 수는 있지만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반면 내적인 아름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월이 야속하기만 한 남성들에게 볼디니가 그린 몽테스키외 백작의 기품과 자세는 ‘잘 늙어가는’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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