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 제청·임명권을 둘러싼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 간의 대치가 연일 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법원장이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대법원장은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제가 된 노태악 전(前)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7일로 218일째 공석이다. 두 기관 모두 국민에 큰 죄를 짓고 있다.

양측 모두 서로를 ‘위헌’이라며 삿대질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의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위헌적 조치라고 했다. “삼부(행정·입법·사법) 고유의 전속적인 권한”과 “대법원장 국감증언 요구의 부당성”을 들어 국회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간섭하는 일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 출석했으나 증인 선서·답변은 거부하고 인사말과 일부 질문에 대한 입장 발표만 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입장에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했다.

양측이 합의하지 않으면, 헌법 104조 2항의 해석과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느냐는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권한쟁의 심판)을 받아볼 도리 밖에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에 불어나는 국민의 법익 훼손은 돌이킬 수 없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초유의 사법적 충돌이라는 헌정사상 오점마저 남기게 된다. 양측은 이미 헌법정신과 국민 기대를 중대하게 위반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합의한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는 예외없었던 관례를 이미 깼고, 청와대는 헌법에 규정이 없는 재제청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대법관의 임명절차가 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시작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대법원장은 헌법이 왜 대법관의 최종임명권자를 대통령으로 명시했는지, 법원조직법(41조)에서 대법관추천위원회로부터 3배수 이상을 후보자를 추천받는지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 아니겠는가. 혹여 양측 모두 조 대법원장의 퇴임 때까지 ‘배수진’을 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협의와 존중의 정신으로, 안되면 원점부터라도 대법관 공석 사태를 속히 해결해야 한다. 국민 법익보다 앞서는 권력기관의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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