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2026 아트포레스트페스티벌

소액 후원, 뉴미디어로 빚은 공공예술

2026 아트포레스트페스티벌 [아르코 제공]
2026 아트포레스트페스티벌 [아르코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을 정취가 내려앉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산책로. 잔디밭과 벤치 사이에서 불시에 울려 퍼진 피아노 선율에 발걸음을 멈춘 시민들의 눈앞으로 가수 십센치(10CM)와 어반자카파, 에릭남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비밀리에 준비된 가수 백지영의 깜짝 무대가 이어지자 고요하던 숲은 순식간에 환호로 가득 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개최한 ‘2026 아트포레스트페스티벌 위드 백그라운드 라이브’의 현장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관람료를 지불하고 정해진 순서표에 따라 관람하던 기존 야외 공연의 문법을 완전히 벗어났다.

대신 그 자리는 ‘문화예술을 향한 자발적 후원’과 ‘일상 공간의 게릴라 버스킹’으로 채우며 공공예술 행사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혔다.

페스티벌의 입장권은 일반적인 티켓이 아닌 ‘기부 영수증’이었다. 청년 연극인의 안정적 창작 환경을 지원하는 ‘연극내일기금’에 최소 5000 원 이상을 후원한 응모자 1821건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정된 350명(동반 1인 포함 총 700명)이 축제에 초청받았다. 고액 자산가나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메세나 활동을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착한 놀이’로 탈바꿈한 것이다.

2026 아트포레스트페스티벌 [아르코 제공]
2026 아트포레스트페스티벌 [아르코 제공]

축제의 형식 역시 파격적이었다. 유튜브 인기 채널 ‘제이키아웃’의 시그니처 기획인 ‘백그라운드 라이브’와의 협업을 통해, 정형화된 타임테이블을 과감히 없앴다. 관객들은 공원 숲길을 거닐다 불시에 펼쳐지는 대중가수의 라이브를 마주하거나, 피아니스트 윤한과 어노잉박스의 연주, 연극 ‘크루즈’ 및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SIX the Musical)’, ‘두 도시 이야기’ 배우들이 선보이는 플래시몹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됐다.

공간 구성 또한 ‘공동체적 나눔’에 초점을 맞췄다. 미식 큐레이션 플랫폼 ‘푸딘코’의 식음료 부스를 비롯해, 청년·소상공인과 협업한 캐릭터 ‘조구만’ 포토존,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돕는 ‘신이어마켙’ 굿즈존, 즉석 예술 체험인 ‘내맘대로 초상화’와 ‘타자기 위의 낭만’ 등이 운영되며 축제 전체가 유기적인 상생의 장으로 작동했다. 권또또, 주호다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도 ‘후원 동료’로 합류해 시민들의 나눔 참여를 유도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전액 ‘연극내일기금’으로 사용된다. 연극내일기금은 원로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전국 순회공연 전석 매진 수익금을 기탁하며 출발한 아르코의 대표적 인큐베이팅 모금 사업이다. 대선배 배우들이 심은 씨앗에 대중의 소액 기부가 더해지고, 이 열매가 다시 열악한 환경 속 청년 연극인의 성장 동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현장의 생생한 감동은 디지털 공간으로 무대를 옮겨 확장된다. 축제 현장에서 촬영된 주요 공연과 관객들의 진솔한 반응은 ‘제이키아웃’ 유튜브 채널의 ‘백그라운드 라이브’ 영상으로 정교하게 편집되어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축제는 유튜브라는 친숙한 플랫폼과 결합해 대중이 문화예술 후원의 문턱을 허물고 축제처럼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선한 뜻으로 동참해 준 후원자들의 마음에 깊이 감사드리며, 예술 후원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문화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