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매년 4000~5000명 신규 배출하고도 실제 취업·활동 현황조차 파악 못해
대한위생사협회, “국가 전문인력 방치… 공중위생관리법 개정 시급”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11만명이 넘는 국가면허 위생사가 배출됐어도 정작 정부가 이들의 실제 활동과 취업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수천명의 신규 위생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위생사 인력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면허를 발급해 놓고도 전문인력의 활용과 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사)대한위생사협회는 “위생사가 정부의 공식 보건의료인력 직종에 포함돼 있음에도 면허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의무 고용제도가 없어 전문인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위생사 국가시험은 1979년 처음 시행된 이후 2025년 제47회 시험까지 이어졌다.
매년 약 9000명이 시험에 응시하고 이 가운데 4000~5000명이 신규 면허를 취득한다.
현재까지 발급된 위생사 면허는 모두 11만4313건에 달한다. 그러나 협회는 이들 면허자의 실제 활동 현황과 취업 실태가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관리체계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3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1년 1차 조사에 이어 2025년 5월에는 2차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위생사의 경우 공중위생관리법에 실태조사를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전체 위생사 면허자가 실제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면허를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시험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면허 취득 이후 관리가 끊기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최근 10년간 위생사 국가시험 응시자들이 낸 응시료만 75억9700만원에 이른다. 1인당 응시료는 8만8000원이다.
협회는 상당한 규모의 시험과 면허 발급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체계적인 인력 관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특히 위생사에 대한 법적 고용의무 부재를 핵심 문제로 꼽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공중위생을 담당할 수 있는 국가면허 전문인력을 배출하고도 이들을 반드시 활용해야 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보니 면허가 사실상 ‘장롱면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해 위생사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생사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고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감염병 등 공중위생·보건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위생사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성유 대한위생사협회 회장은 “1999년 전까지만해도 전염병이 발생하면 전염병 예방법에 의해 방역업체들이 허가를 득해 관리인제도를 두게끔 돼 있었는데 이후 감염병 예방법으로 전환되면서 관리인제도가 폐지됐다”라며 “따라서 아무런 자격이 없는 업체 대표자 1인 이상 신고만 하면 누구나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위생사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10월 중 국회포럼을 열고 ‘11만 위생사의 법적지위 확보 및 국민안전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gilber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