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검토·美는 확정…온도차 뚜렷
텍사스 전력수요 확대에 사업성 기대
투자수익 넘어 부수적 이익도 따져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전문가들은 한미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핵심 계약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투자 원칙으로 내세운 ‘상업적 합리성’ 충족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은 전력구매계약(PPA)의 구매자·계약기간·고정요금, 원전 사업은 부지·일정과 구체적인 상업조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은 도입가격 등 실제 수익성을 좌우하는 세부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원전의 세부 사업조건과 알래스카 LNG의 투자 여부를 추가로 협의하기로 한 것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사업을 사실상 확정된 투자처럼 발표하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실제로 관철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일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상업적 합리성은 경제적 이익을 사전에 확보하고 대미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여전히 모호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20년 안팎의 장기 투자 과정에서 한미 양국의 정권 교체와 정책·경제 환경 변화까지 현재 시점에서 예측해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대미투자의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자상한과 세금 보전, 사업 간 손익통합, 청산 시 원리금 우선회수 등 투자위험을 낮출 안전장치는 마련됐지만 실제 수익성을 가를 세부 계약조건은 더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아직까지 숫자로 나온 게 없기 때문에 단정 지어서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LNG 계약의 증량권·갱신권과 원자력 분야 협상, 웨스팅하우스 지분투자에 따른 수출 제한·지식재산권 문제 등 한국이 추가로 확보할 내용까지 종합해야 전체적인 유불리를 따질 수 있다고 봤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세부 협상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셋 다 상업적 합리성을 갖출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텍사스 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 국내 발전공기업들이 이미 미국에서 가스복합발전소를 운영해 수익을 내고 있는 데다 데이터센터 확대로 현지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어 안정적인 전력 판매처를 확보할 여건이 충분하다고 봤다.
원전 역시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와 국내 원전 공급망의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원전 8기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사업성을 확인하면서 후속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APR1400뿐 아니라 AP1000 건설에도 국내 기자재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알래스카 LNG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했다. 유 교수는 “알래스카 LNG는 제일 불확실하긴 하다”면서도 국내 철강업체의 기자재 공급과 LNG 국내 도입까지 연계하면 국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개별 사업의 투자수익률뿐 아니라 대미투자를 통해 한국이 확보할 수 있는 부수적인 이익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앞에 보이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뒤에 보이는 다른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이익 조건들이 많다”며 “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허 교수 역시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비자 문제, 안보 등 다른 한미 현안까지 포함해 패키지 차원에서 대미투자의 손익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변수는 한미 양국의 설명에서 드러난 온도 차다. 우리 정부는 알래스카 LNG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적 요건 충족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다는 입장이고 원전도 부지와 일정, 상업조건을 개별 사업별로 확정하기로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 8기와 알래스카 LNG를 사실상 확정된 한국의 투자사업처럼 발표했다.
허 교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해외투자 유치를 성과로 부각하는 동시에 투자 규모를 먼저 제시해 이후 협상의 기준점으로 삼는 이른바 ‘앵커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일단 수치를 박아놓고 가면 협상에서는 유리한 선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 장주기 품목 확보 등을 위한 최대 100억달러의 선급금 지급에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전제로 협력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미국이 한국에 보다 명확한 ‘투자 확약’을 요구하는 성격으로 해석했다.
조 교수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미투자를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한국 정부가 미국 측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하기보다는 실무 채널을 통해 합의되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전달하면서 후속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허 교수는 “미국 측 발표에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기보다 다른 한미 현안과 연계해 협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