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문서 ‘추후 검토’ 쟁점 부상
산업부 “상업적 합리성 있는 투자만 추천
국내법 전제로 법상 절차 다 거쳐야 확정”
‘working on’ 번역, 사업 착수 vs 검토 착수
알래스카는 예상 사업비조차 명시 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를 사실상 확정된 투자처럼 발표했지만, 한미 양국이 공개한 공식 문서에는 한국의 투자를 확정하는 내용이 아닌 ‘추후 검토’로 명시돼 양국 발표의 간극과 구속력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공개된 합의문만으로 한국에 알래스카 LNG에 대한 최종 투자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과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검토에 착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도 사업성 검토와 국내법상 절차를 거쳐 최종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 대상으로 알래스카 LNG를 공식 발표하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500억달러를 넘는 투자 규모까지 언급하면서 미국 측이 한국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가 됐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한국의 최종 투자 결정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미 전략적 투자 MOU상 투자사업은 미국 투자위원회가 한국 측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사업을 추천하고, 한국 측은 사업의 상업성뿐 아니라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을 검토하는 구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투자만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한미 팩트시트 역시 알래스카 LNG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검토에 착수한다고 명시했다.
산업부도 이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다는 것이며, 투자 여부나 규모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발언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대외적 발표와 별개로 한국의 실제 투자 집행에는 사업성 검토와 국내법상 절차라는 추가 관문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한국 측이 사업 참여를 확정한 적이 없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슬로프의 프루도베이와 포인트톰슨 원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한 데다 사업의 수익성 확보 여부도 불확실해 그동안 상업적 타당성을 둘러싼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엑손모빌 등 미국 굴지의 에너지기업조차 투자금 회수 위험 등을 이유로 이미 철수한 전력이 있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은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정되기에 우리 기준에서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달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투자 협의를 시작하니 그게(상업적 합리성) 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한다. 국익이란 건 정말 중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사업에 대해 추가 검토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과는 달리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예상 사업비조차 명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알래스카 LNG 사업을 확정적으로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대표적인 고위험 사업인 이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강한 압박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한편 양국이 체결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담은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 알래스카 사업관련 ‘워킹 온(working on)’ 이라는 관용구 번역을 놓고 이견차가 일고 있다. 정부는 ‘사전검토 착수’라고 번역했지만 학계에서는 ‘사업착수’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국이 1일 발표한 국문 번역본 팩트시트에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하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했다.
영문 팩트시트는 “The United States and Korea have agreed to commence working on the Alaska LNG project, subject to meeting commercial reasonableness under the Strategic Investment MOU and all applicable domestic legal requirements”로 명시돼 ‘workin on’이 국내 법적 요건을 충족시 ‘사업 착수’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다만 영문 표현의 의미와 관계없이 문장 전체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적 요건 충족’이라는 명시적인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업 착수로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알래스카는 11월 초 치뤄질 미국 중간선거의 경합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 지역이다. 특히 이번 중간선거에서 알래스카는 공화당이 상원 과반을 지키기 위한 핵심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의 대미투자 발표 행사를 알래스카 공화당 상원의원의 재선 지원 무대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알랙스카 사업의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향후 사업이 추진될 경우 미국 측은 철강 등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는 한편 한국에 알래스카 LNG 우선 접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