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대미투자’ 일방 발표
양국 간극에도 美발표로 사실상 확정
원전 1200억弗·알래스카 500억弗 이상
팩트시트엔 ‘검토후 착수 합의’만 명시
산업부 “알래스카 투자여부 확정 안돼”
투자속도 조절·원금회수 집중 전망
정부, 첫 대미투자금 24억달러 송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계획으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포함한 총 2000억달러(약 272조원) 규모의 투자안을 발표했다. 한국이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약속한 3500억달러(약 477조원) 규모의 투자 첫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까지 기정사실로 하는 발언을 내놔, 한미 간 이견이 엿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댄 설리번(공화·알래스카) 상원의원 등과 자리한 후 “내 행정부가 한국과 체결한 협정 덕분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중 하나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 정부는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3·4면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달러 투자를 통해 “6GW(기기와트) 규모의 발전 시설, 8개의 새로운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와, 드디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관세를 낮추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그 자금의 일부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 투자금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알래스카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승리”라며 1만2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1000개의 운영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후 트루스 소셜에 “뉴욕에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고, 우리는 미국에 대한 2000억달러 규모의 신규투자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올렸다.
각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구체적 투자액은 러트닉 장관이 발표했다.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500억달러(약 68조원)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며 “미 전역의 원전 8기 건설에는 1200억달러(약 163조원), 텍사스 가스화력발전소에 220억달러(약 30조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트닉 장관은 대형 원전 8기는 오하이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등에 건설될 것이라고 구체적 장소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하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제외한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양국의 이견이 없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텍사스주 엔시날에 223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대형원전 8기 건설을 위한 1200억달러 배정 등을 공식 확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 이후 첫 대미투자금 24억달러(약 3조2600억원)를 송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의 대(對)아시아 에너지 수출 확대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히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자금 조달 부담, 확정 수요 부족 등 때문에 상업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로이터 통신은 “알래스카 LNG는 연간 2000만t 규모의 신규 LNG 프로젝트인 데다 1300㎞에 달하는 장거리 파이프라인까지 새로 건설해야 한다”면서 “파이프라인 건설비만 132억~169억달러로 추산되는 등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공사 과정에서 사업비가 불어날 가능성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의 에너지 비용이 엄청나게 높다’는 취재진 질의에 대해 “이란 전쟁이 곧 끝날 텐데 물가는 어쨌든 크게 떨어진 것”이라며 “휘발유 가격은 이 프로젝트와 알래스카의 다른 몇 가지 프로젝트 덕분에 당장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까지 포함시킨 데에는 공화당이 선거 국면에서 고전중인 알래스카 지역의 표심 확보를 위한 ‘국내 정치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철·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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