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송영숙 모녀·킬링턴 청구 기각…“투자 철회, 이사회 정당 절차”

“안건 상정 넘어 투자 확약 없었다”…신동국 계약 위반 불인정

신동국 600억 족쇄 벗었지만…항소 여지 속 4자 연합 균열 가속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법원이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이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600억원대 위약벌 청구 소송에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2024년 결성됐던 ‘4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유한회사)’의 내부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이번 소송은 손해배상 책임을 다투는 일반 민사 소송과 달리 계약 위반 자체에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묻는 ‘위약벌’ 청구 사건인 데다, 상급심 가능성도 남아 있어 계약의 효력 상실이나 분쟁의 최종 승패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부장판사 김석범)는 송 회장 모녀와 킬링턴 유한회사가 신 회장을 상대로 낸 위약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사업’(160억원 규모) 투자 철회 과정에서 발생한 신 회장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간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원고인 송 회장, 임 부회장, 킬링턴 유한회사 측은 전원 합의 없이 신규 투자 안건을 상정하거나 부결하지 않기로 약정했음에도, 신 회장이 합의 없이 투자 재논의 안건을 올리고 표결을 통해 투자를 철회시켰다며 위약벌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 회장의 이사회 안건 상정과 부결 조치가 정상적인 이사 권한 행사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2026년 6월 5일 선행 결의가 ‘서울성모병원의 적극적인 협력(MOU 확인 필요)’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승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선행 결의는 조건부 승인결의였으므로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후속 이사회 개최가 예정되어 있었다”며 “이 사건 결의 역시 실질적으로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투자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행 이사회와 다른 새로운 안건으로 이사회를 다시 개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행 결의에서 정한 조건의 성취 여부가 이사들에게 통지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투자 재논의를 안건으로 상정한 것은 합의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건 부결에 따른 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투자 여부를 대상회사 이사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하는 합의를 넘어서 이 사건 사업에 투자하기로 하는 확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신 회장 측은 판결 직후 “처음부터 사실관계와 법리는 분명했다. 예상했던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 측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사회의 독립적인 경영 판단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법원이 다시 확인해 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신 회장이 사법적 징벌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양측 간 감정의 골이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약벌 소송은 계약 불이행에 대한 일종의 제재금 성격이 강해 배임이나 손해배상 책임 유무를 가리는 본안과는 성격이 다르며, 패소 측의 항소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한미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미 구축한 만큼 4자 연합의 법정 공방이 회사 사업과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1심 선고는 당사자 간 승패를 완전히 가른 종착역이라기보다는, 4자 연합의 의결권 구속력이 실질적으로 와해됐음을 공인한 계기로 풀이된다.

최근 신 회장의 장남(임종윤) 측 지분 매입(지분율 35.10% 확보)과 한미 전직 임원들의 신 회장 횡령·배임 고발, 제보자 김태호 씨의 폭로전 등 외곽 대리전이 맞물린 상황에서,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양측의 독자 노선 구축과 주총 표 대결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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