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 AI시대 ‘SenGPT’ <1>
서울교육청 도입…누적 64만건 처리
공문·사업계획·회의록 정리 등 활용
가입자 3만명…“업무효율 개선” 90%
교육·학생에 집중하는 시간 늘어나
‘64만9064건’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직원 1만5635명이 인공지능(AI) ‘센지피티(SenGPT)’에 업무를 요청한 건수다. 하루 평균 2만건이 넘는다. 교직원들은 SenGPT를 활용해 공문과 사업계획서의 초안을 만든다. 회의록을 정리하고 관련 법령을 찾는 데도 하루에 수십번씩 SenGPT를 활용한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직원의 반복 업무를 덜기 위해 도입한 AI 챗봇 SenGPT가 교육행정의 새로운 업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SenGPT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는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은 SenGPT에 대해 “모든 교직원에게, 서울시교육청의 규정을 아는, 안전이 검증된 AI 에이전트”라고 설명한다.
이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누적 가입자는 약 3만명. 매달 약 3000명이 새로 가입하는 추세다. 여름방학인 8월에도 1만3338명이 43만2914건을 이용했다. 개학 직후인 8월 하순의 하루 평균 이용량은 같은 달 상반기보다 32% 증가했다.
챗지피티·제미나이·클로드 등 상용 AI 한곳에…공문·회의록도 ‘척척’
SenGPT는 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 ‘웍스AI’를 서울교육 환경에 맞춰 적용한 플랫폼이다.
교육청이 독자적인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한 것이 아닌 여러 상용 AI 모델을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연결한 뒤 서울교육 자료를 활용한 전문 에이전트를 결합한 시스템이다.
한 마디로 별도의 LLM을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고도 새로운 모델을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교육청 업무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기관 전용 AI 창구’를 만든 셈이다.
SenGPT에서는 오픈AI의 GPT와 구글 제미나이, 앤트로픽 클로드, 업스테이지 등 여러 모델 가운데 업무에 필요한 모델을 골라 쓸 수 있다. 이미지·영상·발표자료 제작과 음성파일의 문자 변환도 지원한다.
교직원 개인이 각각 유료 AI에 가입할 필요 없이 기관 계정으로 무료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 여건이나 AI 활용 경험에 따른 업무도구 격차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활용법은 간단하다. 교직원이 일상에서 AI를 활용하듯 SenGPT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초안을 만들고 사용자가 이를 수정한 뒤 완성본을 다시 AI에 입력해 빠진 내용과 표현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사업 추진 전후로 관련 법령과 지침, 진행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 교육청 소속 교직원들은 공통적으로 AI가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결과를 검토하고 최종 판단하는 ‘협업’과 다름없다고 언급한다.
서울교육 자료로만 답하는 ‘교육청 전용’ AI…최신 기준도 반영
SenGPT의 차별점은 서울교육 업무에 특화된 전문 에이전트라는 점이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업무에 필요한 역할과 참고자료, 처리 절차, 결과물 형식을 미리 설정해 놓은 ‘맞춤형 AI 비서’를 말한다. 이용자가 질문할 때마다 조건과 자료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범용 챗봇과 달리 해당 업무의 지침과 절차를 바탕으로 답변하고 계획서나 점검표 등 필요한 결과물까지 정해진 형식에 맞춰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학생맞춤통합지원 에이전트에 계획 수립 방법을 물으면 관련 법령과 업무 매뉴얼을 찾아 추진 목적과 운영 방향, 지원팀 구성 등을 계획안 형태로 제시한다. 민원이나 학교평가 에이전트도 각 분야의 지침과 사례를 토대로 필요한 절차와 확인사항을 안내한다.
범용 AI가 공개된 인터넷 정보를 토대로 답변하면서 과거 법령이나 폐지된 지침을 제시할 수 있는 한계를 줄이기 위해 해당 부서가 확인한 최신 공문·양식·업무편람·법령·사례를 별도로 탑재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부서 내부자료도 개인정보 등을 익명화해 활용한다. 공개된 법령과 지침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제 업무 순서와 판단 사례, 현장에서 축적된 대응 방식까지 답변에 반영해 정확도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업무 담당자와 개발자는 에이전트가 어떤 순서와 형식으로 답할지 함께 설계한다. 실제 질문을 반복해 입력하며 답변을 시험하고 오류가 발견되면 명령어와 데이터를 수정한다. 담당 부서가 관련 자료를 지속해서 현행화해 최신 기준을 반영한다.
업무효율 개선 90%…내년 에이전트 40개로
SenGPT를 활용하고 있는 교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가 SenGPT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답변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88%, 이용 전보다 편의성이 향상됐다는 응답은 87%였다. 업무 처리 속도와 정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효율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90%,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91%였다.
보안도 개인용 AI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대화와 업로드 자료는 AI 학습에 활용되지 않으며 API로 전달된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 ‘제로 데이터 보존(ZDR)’ 모델만 제공한다. 대화 내용은 암호화해 저장하고 기관·이용자·에이전트별 데이터를 분리한다. 개인정보·민감정보 필터링과 금칙어 차단, 기능별 권한 통제도 적용한다.
다만 이용자가 늘수록 운영비도 함께 커지는 구독형 구조는 과제로 남는다. SenGPT는 별도의 초기 구축비 없이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직원에게는 매달 일정한 사용량이 제공되지만, 한도를 모두 쓰면 고성능 모델 대신 저비용 모델로 전환돼 성능상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용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충분한 사용량 제공이 향후 서비스 확대의 관건이다.
교육청은 이용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내년 가입자를 4만5000명으로 늘리고 공식 에이전트도 4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SenGPT는 서울교육의 최신 업무 매뉴얼과 사례를 활용하는 맞춤형 AI 에이전트”라며 “교직원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교육과 학생이라는 본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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