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 속 ‘S1P’ 활용해 심근세포 분화율 90%↑
- 동물실험서 심장 기능 회복·섬유화 감소 확인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줄기세포로 만든 미성숙 심근세포를 실제 성인 심장세포처럼 강하고 규칙적으로 뛰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심근세포 분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심근경색 동물실험에서 심장 기능 회복까지 확인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손미영·이미옥 박사 연구팀이 혈액 속 지질 신호물질인 ‘S1P’가 심근세포의 분화와 성숙을 촉진하는 핵심 신호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심장은 한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인간만능줄기세포(hPSC)를 심근세포로 만드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기존 방식으로 만든 세포는 미성숙 상태에 머무는 것이 한계였다. 실제 성인 심장세포처럼 강하고 규칙적으로 박동하지 못하고 줄기세포 종류에 따라 분화 효율도 크게 달랐다.
연구팀은 소 혈청을 넣으면 줄기세포가 심근세포로 잘 분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혈청 성분을 분석해 생리활성 지질 신호물질인 S1P와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 ‘S1PR1’을 찾아냈다.
인간만능줄기세포에 S1P 또는 S1PR1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처리하자 90% 이상이 심근세포로 분화했다. 만들어진 세포는 크기가 커지고 심장 수축을 담당하는 근육 구조가 촘촘하게 정렬됐다. 박동 신호와 전기적 특성 역시 보다 규칙적이고 강해지는 등 성인 심근세포에 가까운 특성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를 이용해 S1PR1 유전자를 제거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이 경우 S1P를 처리해도 정상적인 심근세포 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S1P-S1PR1 신호가 심근세포 분화와 기능적 성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기술로 만든 심근세포를 심근경색 동물모델에 이식한 결과 손상된 심장의 펌프 기능이 회복됐다. 심장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도 감소했으며 이식된 세포가 심장 조직에 정착하는 것도 확인됐다.
고품질 인간 심근세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신약 후보물질의 심장독성과 약효를 실제 사람과 가까운 환경에서 평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심근경색으로 소실된 심근세포를 보충하는 세포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다양한 인간만능줄기세포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대량생산과 품질관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식 세포의 장기 생존 여부와 부정맥·종양 발생 가능성 등 안전성 검증과 대동물 실험도 남아 있다.
손미영 소장은 “혈액 속 신호물질을 활용해 줄기세포 유래 심근세포의 분화 효율과 기능적 성숙도를 동시에 향상시켰다”며 “사람 유래 심장 모델을 이용한 신약 안전성·유효성 평가와 심장 재생의료 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