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미8군 쇼 시작으로 67주년 맞아
10월 24일, 마포아트센터 65년 헌정무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좋아서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음악이었는데, 돌아보니 음악은 곧 윤항기의 삶이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음악은 남을 것이란 생각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한국 그룹사운드의 시초이자 원로 싱어송라이터 윤항기(84)가 65년 음악 인생을 기리는 후배들의 헌정 무대를 앞두고 지나온 세월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윤항기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남학동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에서 열린 65주년 기념 헌정 콘서트 ‘여러분 덕분에 나는 행복합니다’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무대를 보는 게 거의 처음이다. 그 무대를 보며 지나온 날을 되새기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엔 헌정 무대를 함께 준비한 후배 가수 조항조와 유현상이 함께 했다.
1959년 미8군 에이원쇼를 통해 데뷔, 사실 햇수로 따지면 윤항기는 올해로 데뷔 68년 차다. 68년 차에 65주년 타이틀로 무대를 올리게 된 것에 대해 그는 “2년 전 최백호, 조항조, 유현상 등 아끼는 후배들이 65주년 헌정 공연을 열자고 제안했을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더 기다렸다가 ‘70주년으로 하면 어떻겠나’ 하고 후배들에게 뜻을 전했더니, 동생들이 ‘이 나이에 어떻게 내년을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만류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한국 나이로 85살인데, ‘그래, 내가 내년을 알 수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올해 65주년으로 2년을 좀 깎아서 무대를 열게 됐다”고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윤복희의 오빠이기도 한 윤항기의 삶과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사와 함께한다. 윤항기는 “음악의 기초를 배울 수 있다는 말에 해병대 군악대에 자원입대했었다”며 “이후 키보이스 결성 당시에는 드럼을 살 돈이 없었다. 청계천 고물상에서 벤조와 무당이 쓰는 바라를 사들여 세숫대야 받침대에 용접해 붙이는 방식으로 직접 드럼 세트를 만들어 연주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1964년 때마침 비틀스가 미국에 건너가 밴드 붐이 일면서 우리도 같이 붐을 타게 됐다”면서 “그 당시 환경 아래에선 우리가 방탄소년단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웃었다.
이번 헌정 무대에선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무대에 설 생각이다. 윤항기는 “과거에는 나 자신을 위해 무대에 섰다면, 이번에는 후배들이 내게 선물해 주는 자리”라며 “무대 위뿐 아니라 객석에서도 함께 즐기며 설레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후배 조항조는 “윤항기 선배님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열어준 선구자”라며 “선배님이 계셨기에 오늘날 후배들이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 헌정 공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뜻깊고 감사하다”고 경의를 표했다.
다음 달 24일 열리는 헌정 콘서트엔 서유석, 장미화, 최백호, 김수희, 조항조, 유현상, 전영록, 인순이, 최희선, 소찬휘 등 장르를 아우르는 후배 아티스트 10팀이 출연해 윤항기의 대표곡들을 헌정 형식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최백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작사·작곡한 헌정 신곡 ‘이 나이에도’를 선물했다. 무대는 김기표 팝스 밴드가 세션을 맡고 윤신호 감독이 연출을 총괄한다. 공연 수익금 전액은 전쟁고아와 다문화가족 돕는 기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오랜 시간 노래한 그는 1986년 ‘웰컴 투 코리아’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30여 년간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2014년 신곡 ‘걱정을 말아요’가 수록된 55주년 골든 앨범을 내며 현역으로 복귀한 바 있다.
“슬프고 후회스러운 추억도 많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오히려 그것들이 너무 큰 행복이 됐어요. 헌정 공연이라고 하면 은퇴 공연이라 생각하겠지만, 제가 노래할 수 있고 목소리가 나오는 한 은퇴는 없어요.”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