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격화하는 가운데,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이 직접 입을 열고 “작품의 의도가 심각하게 왜곡됐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30일 영화계에 따르면 허진호 감독은 이날 공개된 탐사보도 전문 유튜브 채널 ‘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에서 “이렇게까지 폄하될 줄은 몰랐다”며 “배우와 스태프들이 치열하게 작업했는데 ‘역사 왜곡 프레임(Frame)’이 씌워지면서 배우들까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허 감독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배후설’을 명확히 부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이는 상식적으로 모순되고 개연성도 없기 때문”이라며 “과거 지상파 다큐멘터리 등에서 다뤄졌던 현장 탄피와 총격 궤적 관련 기록을 토대로 영화적 가정을 펼쳤을 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허 감독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파장은 출연진과 동료 배우들의 활동 영역으로 번진 상태다. 극 중 의혹을 추적하는 형사 역을 맡은 주연 배우 유해진이 모델로 활동 중인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유튜브 광고 영상은 항의성 댓글이 빗발치자 댓글 작성이 전면 차단됐다. 신입 기자 역의 이민호와 조연 류혜영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비판 글이 이어졌으며, VIP 시사회에 참석해 “현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고 감상평을 남긴 김고은을 비롯해 이영애, 박병은 등 동료 배우들에게까지 작품 추천을 문제 삼는 비난이 가해졌다.

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사법적 공방도 본격화됐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전날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 각본가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전 시의원은 “영화 제목 자체를 복수형인 ‘암살자(들)’로 표기해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있음을 암시하고,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배후라는 인식을 관객에게 심어주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공식 사과와 전국 극장 상영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사법적 분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잇따라 공식 입장문을 배포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제작진은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자본 유입설’에 대해서도 “100% 국내 자본으로 독립 제작된 작품”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 자제를 당부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별점 테러’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관람객 인증 기반의 CGV 골든에그지수(91%)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8.3점) 면에서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포털 네티즌 평점은 ‘별점 테러’로 2.2점까지 추락했다. 작품의 비판을 넘어 배우 개인의 SNS와 광고주 불매 운동으로 직행하는 집단적 배제 문화가 갈등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