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아이파크몰, TCG 리프트바운드 팝업…“매출 11억원 돌파”
포켓몬 카드샵, 4월부터 오픈런 이어져…새벽부터 밤샘 대기도
피카츄 카드 한 장에 4800만원…편의점·백화점도 ‘TCG 모시기’
[헤럴드경제=정대한 기자]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을 즐기는 30대 김모 씨는 최근 출시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기반 TCG ‘리프트바운드’에 관심이 생겼다. 김씨는 20대부터 포켓몬과 유희왕 등 다양한 TCG를 즐겨왔다.
TCG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 씨는 “내가 직접 맞춘 덱이 실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더 애착이 간다”며 “어릴 때는 카드를 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돈을 벌고 있는 지금은 더 좋은 카드를 얻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롤 기반 TCG 팝업에 1만7000명 몰려…포켓몬 카드도 ‘오픈런’
29일 찾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의 ‘리프트바운드’ 팝업스토어는 평일 오후임에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현장에서는 20·30대 남성 방문객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지난 18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신작인 만큼 새로운 카드게임을 직접 경험하기 위한 방문이 주를 이뤘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20대 이모 씨는 “평소에도 롤을 좋아하는데, 새롭게 카드게임이 나왔다고 해서 체험 사전예약을 해봤다”며 “직접 해보니 캐릭터가 익숙하고 규칙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지난 18일부터 ‘리프트바운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리프트바운드는 라이엇게임즈가 롤의 세계관과 챔피언을 기반으로 만든 TCG다.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 게임을 접하는 방문객이 규칙을 배우고 실제 플레이까지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다.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8일까지 11일간 리프트바운드 팝업 누적 입장객은 1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억원을 넘어 하루 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억대 일 매출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다.
아이파크몰에는 포켓몬코리아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상설 매장 ‘포켓몬 카드샵’도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하루 입고되는 물량이 정해져 있어 매일 새벽 ‘오픈런’이 벌어진다. 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로 매일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약 200명의 고객이 줄을 서고 있다. 일부 고객은 새벽부터 밤샘 대기에 나서기도 한다.
포켓몬 카드샵은 고객이 한꺼번에 매장 안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개점 후 웨이팅을 등록한 뒤 호출받은 순서대로 입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현재는 시리즈별로 1인당 1박스씩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한 고객이 서로 다른 시리즈 상품을 2~3박스씩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일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TCG가 대체 뭐길래…해외 경매선 222억원 기록도
TCG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TCG는 카드를 모아 자신만의 ‘덱(카드 묶음)’을 만들고 상대방과 겨루는 카드 게임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포커 게임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카드를 직접 사서 모으는 것과 비슷하다. 카드마다 캐릭터와 능력, 기술 등이 다르고, 카드의 조합에 따라 전략과 플레이 방식도 달라진다.
TCG의 핵심은 ‘카드 수집’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카드가 출시되는 데다가 더 좋은, 혹은 나의 덱에 맞는 카드를 찾아야 한다. TCG는 보통 기본 구성으로 마련된 ‘스타터 덱’을 구매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여러 종류의 카드가 무작위로 들어 있는 ‘부스터팩’이나 ‘확장팩’을 추가로 구매해 새로운 카드를 확보하는 식으로 수집이 이뤄진다.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이용자와 교환하거나 중고시장에서 필요한 카드만 한 장씩 별도로 구매하기도 한다.
게임이 아닌 ‘수집’이 주요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TCG 카드 중에는 특별한 일러스트가 적용되거나 수량이 제한된 희귀 카드도 있다. 인기 캐릭터가 담긴 카드나 한정판으로 생산돼 판매되지 않는 카드, 혹은 특정 행사에서만 배포된 카드에는 수요가 붙으면서 가격이 크게 뛴다. 같은 카드여도 보존 상태와 전문 감정업체가 매긴 등급에 따라 거래 가격이 달라진다.
지난 16일 출시된 포켓몬 TCG 30주년 기념 ‘메가 확장팩’의 공식 판매가는 1박스에 7만원이다. 하지만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같은 제품이 두 배인 14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2019년에 출시됐다가 단종된 ‘태그볼트 확장팩’은 당시 1만5000원에 출시됐지만, 현재 119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발매가의 약 79배 수준이다.
랜덤 카드가 들어 있는 확장팩이 아닌 희귀 카드 한 장의 가격은 더욱 높게 책정된다. 슈퍼마리오의 모자와 멜빵바지를 입은 ‘마리오 피카츄’ 프로모 카드는 지난 7월 한정판 플랫폼 크림에서 4800만원에 거래됐다. 뭉크의 ‘절규’를 재해석한 ‘뭉크 피카츄’ 카드도 지난 5월 2500만원에 팔렸다. 미국 인플루언서 로건 폴이 2021년 527만5000달러(약 71억원)에 확보했던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는 올해 2월 1649만2000달러(약 222억원)에 팔려 트레이딩 카드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이달 1~17일 포켓몬 카드 매물 등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검색 이용자 수는 337% 증가했다. 전체 거래액 가운데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8.7%로 절반을 넘어섰다. 15만원 이상 고가 거래액에서는 30·40대 비중이 67.2%에 달했다.
편의점·백화점, 집객 콘텐츠로 주목…전문 판매점도 늘어
TCG 열풍은 편의점으로도 번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GS25의 포켓몬 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에서도 각각 259%, 85%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27일부터 리프트바운드 ‘오리진’ 카드팩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들도 TCG를 체험형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달 ‘와일드 팬페스트’에서 리프트바운드 전시존을 운영했고,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는 초보자가 규칙을 배우는 튜토리얼존과 실제 대전을 즐기는 플레이존을 마련했다. 판교점에서는 지난 12일 포켓몬 카드게임 토너먼트도 열렸다.
전문 판매 매장도 늘고 있다. 홍대·건대 등 주요 상권에는 포켓몬뿐 아니라 원피스·유희왕·디지몬 등 다양한 IP를 취급하는 전문 카드숍이 자리 잡고 있다. 24시간 매장과 무인 카드 자판기 등 오프라인 구매 접점도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TCG를 팬덤 고객의 반복적인 방문을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로 보고 있다. 새로운 카드가 출시될 때마다 구매가 이어지고, 수집한 카드로 다른 이용자와 게임을 하거나 교환·거래하는 활동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경험이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만큼 고객의 체류와 재방문을 유도하는 집객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TCG 스토어는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방문이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며 “인기 IP를 바탕으로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확대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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