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해외에서 자녀를 유학시키던 중 다른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은 여성이 약 10년간 별거한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3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 상담소’에는 이 같은 사연을 가진 여성 A씨가 출연해 이혼과 양육비 문제에 대한 법률 상담을 요청했다.
A씨는 동물병원에서 페이닥터로 근무하던 당시 반려견을 진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남편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상담을 계기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연애 끝에 결혼했고, 이후 두 딸을 낳았다.
부부는 성향 차이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A씨는 고민이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편이었지만, 남편은 공감과 위로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던 중 A씨는 자녀들의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호주 유학을 계획했다. 당시 호주에는 A씨의 친동생이 거주하고 있었다.
남편 역시 자녀들의 영어교육에는 동의했지만, 자신만 한국에 남아 이른바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여러 차례 다퉜고, 결국 “아이를 위해 2~3년만 견뎌보자”고 합의하면서 A씨와 두 딸이 호주로 떠났다.
하지만 별거 생활이 이어지면서 부부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갈등이 반복되던 중 A씨는 호주에서 알게 된 다른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결국 그 사이에서 아이까지 출산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크게 분노했고, 부부 관계는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몇 년 뒤 귀국한 A씨는 남편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차례 남편의 집을 찾아갔다가 경찰에 신고됐고, 이후 접근금지 결정과 주거침입죄로 벌금형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약 5년이 더 흘렀고, 두 딸도 모두 성인이 됐다. A씨는 남편과 사실상 10년 가까이 남남처럼 지내고 있다며 이제는 혼인관계를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원인이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아이까지 낳았고 남편과 10년 가까이 별거한 상황에서도 제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별거 기간 동안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며 부양료와 과거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김수진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에 해당해 이혼 청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혼외 관계를 맺고 혼외자까지 출산한 경우 민법상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혼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자녀들이 모두 성년이 됐으며 장기간 별거가 이어지는 등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편이 대화를 거부하고 접근금지 신청과 형사고소까지 한 점에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기나 보복적 감정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면, 이 경우에는 사연자의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산분할과 부양료, 과거 양육비 청구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며 “별거 기간의 부양료 역시 청구할 수 있지만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이 금액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양육비 역시 유책 여부와 관계없이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의 양육비는 별도의 문제다. 김 변호사는 “혼외 관계에서 출산한 자녀의 양육비는 해당 자녀의 생부를 상대로 별도로 청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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