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당근과 같은 양의 베타카로틴 섭취해 비교…24시간 혈중 노출 정도도 2.1배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아침마다 채소를 충분히 챙겨 먹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당근처럼 단단한 채소를 매일 상당량 씹어 먹는 것은 바쁜 아침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같은 양의 베타카로틴을 섭취해도 생당근보다 신선한 당근 착즙 주스로 마셨을 때 혈중 베타카로틴 이용도가 2배 이상 높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경남대 식품영양학과 박은주 교수 연구팀은 건강한 20∼30대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생당근과 신선한 당근주스를 섭취했을 때 베타카로틴의 체내 이용 정도를 비교했다.
베타카로틴은 당근의 주황색을 내는 대표적인 영양성분이다. 체내에 들어오면 필요한 만큼 비타민 A로 전환돼 정상적인 시각과 면역 기능 등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얼마나 먹느냐’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 먹느냐’였다.
연구 참가자들은 생당근과 당근주스를 각각 섭취했다. 두 경우 모두 베타카로틴 섭취량은 25㎎으로 똑같이 맞춰 생당근은 320g, 당근주스는 530g을 제공했다. 베타카로틴이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가 잘되는 지용성(脂溶性) 성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두 경우 모두 카놀라유 50㎖를 함께 섭취했다. 연구팀은 섭취 전부터 24시간 뒤까지 여러 차례 혈액을 채취해 혈중 베타카로틴 농도의 변화를 살폈다.
차이는 1시간 30분 뒤 가장 뚜렷했다. 두 그룹 모두 이때 혈중 베타카로틴 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했다. 생당근 그룹은 3.74㎍/㎗였지만 당근주스 그룹은 8.72㎍/㎗로 2.3배 높았다. 섭취 30분 뒤부터 6시간 뒤까지도 두 그룹의 혈중 베타카로틴 농도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베타카로틴이 혈액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종합해 계산한 값에서도 차이가 컸다. 이 수치는 당근주스 그룹이 생당근 그룹보다 2.1배 높았다. 쉽게 말해 같은 양의 베타카로틴을 먹었는데도 착즙 주스로 섭취했을 때 베타카로틴이 혈액에 더 많이 나타난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연구팀은 착즙 과정에서 당근의 단단한 섬유질 구조가 물리적으로 깨지는 효과에 주목했다. 생당근의 식물 조직 안에 갇혀 있던 베타카로틴이 착즙 과정에서 더 쉽게 빠져나와 소화ㆍ흡수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신선한 당근 착즙주스가 생당근보다 베타카로틴을 더 쉽게 방출해 단기적인 체내 이용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섭취 형태가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바쁜 아침 채소를 ‘얼마나 먹을까’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 먹을까’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박은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같은 양의 베타카로틴을 섭취했는데도 먹는 형태에 따라 혈중 이용도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라며 “착즙 과정에서 당근의 섬유질 구조가 깨지면서 베타카로틴이 더 쉽게 방출되고 흡수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것이 기본이지만 바쁜 아침에 챙겨 먹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첨가물이 많은 시판 주스보다는 신선한 생채소와 과일을 첨가당 없이 착즙해 마시는 것도 채소 과일의 영양성분을 간편하게 섭취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사람에서 생당근과 신선한 당근주스의 베타카로틴 생체이용률 비교: 교차시험, Comparative bioavailability of β-carotene from raw carrots and fresh carrot juice in humans: a crossover study)는 영양학 분야 국제학술지(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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