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국무회의서 ‘전력망 혁신대책’ 보고
유연접속·ESS로 전력망 수용능력 확대
호남서만 태양광 2.6GW 추가 접속
‘알박기’ 근절하고 효율 극대화… 전력망 막힘 해소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어도 전기를 보낼 길이 없어 막혔던 호남권 전력망이 2년여 만에 다시 열린다. 정부는 송전·배전망을 새로 건설하는 대신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연접속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도입하고, 망 접속권만 확보한 채 사업을 진행하지 않거나 장기간 지연한 사업의 접속권도 회수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를 더 받아들여 대규모 산업수요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력계통의 병목을 푸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024년 9월부터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접속을 제한해온 호남권 계통관리변전소 164곳(광주 18곳·전남 85곳·전북 61곳)의 지정이 다음 달 1일부터 해제된다. 계통관리변전소는 전력망이 포화돼 신규 발전설비의 계통 접속을 제한하는 변전소다. 호남은 송전·배전망이 모두 포화하면서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의 계통 접속이 사실상 막혀 신규 사업자는 2034년 이후에나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었다.
충청 일부 지역도 올해 말까지 신규 접속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동해안 지역은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HVDC) 1단계’가 준공되는 내년 상반기 중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력망을 새로 짓지 않고도 기존 망의 이용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는 발전소의 연중 최대 출력(정격용량)을 기준으로 망 접속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최대 출력이 발생하는 시간은 연간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이를 기준으로 접속을 제한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에는 전력망에 여유가 있어도 신규 발전설비를 연결하기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계통이 붐비는 시간에는 발전 출력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조건으로 접속을 허용하는 ‘유연접속’을 본격 도입한다. 배전선로 1개당 태양광 연결 한도는 14메가와트(MW)에서 16MW로, 변전소는 50MW에서 60MW로 각각 확대된다.
이를 통해 별도의 망 건설 없이도 호남에서만 태양광 2.6GW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사업자가 계통 접속 한도보다 2~3배 큰 설비를 짓고, 초과 발전량은 자체 배터리에 담았다가 한도 안에서 내보내는 ‘자율접속’도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추진한다.
전력망에 대형 ESS를 설치해 송배전망 증설을 대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한 뒤 밤에 흘려 보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전망 ESS를 통해 태양광 3GW를 추가 접속하고, 호남권 포화 변전소 41곳에 ESS를 설치해 1.6GW를 추가로 연결할 계획이다.
고속도로의 비상용 갓길처럼 사고에 대비해 비워두던 송전선 용량도 고장 대비용 ESS를 두고 평소 전력 수송에 활용한다.
망 연결권만 잡아두고 사업은 진행하지 않는 이른바 ‘알박기’ 사업은 정리한다. 정부는 그동안 허수 사업을 점검해 약 9GW 규모의 연결권을 회수했다. 앞으로는 허수 사업뿐 아니라 장기간 지연되는 사업의 연결 시기도 실제 사업 추진 시점에 맞춰 조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호남에서만 해상풍력 등 지연 사업의 접속권을 2030년까지 10GW 이상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31년 이후 진입하는 물량부터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실제 이행률인 67.2%를 반영해 망을 더 배분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의 연결 심사 기준도 바꾼다. 실제 전력망 운영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석탄·액화천연가스(LNG)보다 먼저 발전하는데도 그동안 심사에서는 반대로 따져왔다. 앞으로 실제 운영방식에 맞춰 기준을 바꾸면 영남·강원권 등을 포함해 전국에서 20GW를 추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연결권을 선착순으로 배분하던 방식도 바뀐다. 2027년 1월부터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과 연계해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사업에 계통 연결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배전망 보강 비용은 첫 사업자가 전부 떠안는 방식에서, 한국전력이 먼저 투자하고 이후 연결하는 사업자들이 설비용량에 따라 나눠 내는 방식으로 바꾼다.
이번 대책에 따라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망 수용능력은 송전망 기준 119GW에서 171GW로 52GW, 배전망 기준 84GW에서 110GW로 26GW 확대될 전망이다. 호남권의 경우 송전망 수용능력이 37GW에서 64GW로, 배전망은 18GW에서 30GW로 각각 늘어난다.
이번 대책으로 확보되는 여유용량은 기존 대기 사업자에게 우선 배분한다. 다음 달 1일부터 대기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기 접속 신청을 받아 접속을 지원하고, 신규 사업자는 내년 1월부터 개편된 접속제도에 따라 접속을 지원한다. 변전소별·연도별 여유용량과 망 보강계획, 신청 방법 등 세부사항은 한국전력의 ‘한전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새로 전력망을 건설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기후부 출범 1년 만에 2024년 9월부터 막힌 재생에너지 계통 제약을 해제하고, 호남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