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의 완성은 입주가 아니다…교통·보육까지 채워야”

청년 주거 ‘제도의 틈’ 해소…대학가 전세사기 예방체계 추진

길고양이 구조·수목 보존까지…정비사업 사각지대 제도화 모색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개발 이후 주민 일상에 초점

오중석 서울시의원이 28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동대문구 이문·휘경 뉴타운의 대규모 입주 이후 교통·보육·녹지 등 생활 인프라 확충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오중석 서울시의원이 28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동대문구 이문·휘경 뉴타운의 대규모 입주 이후 교통·보육·녹지 등 생활 인프라 확충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대규모 재개발이 마무리됐다고 도시의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면 보육·교육·교통·녹지·돌봄 수요도 함께 커진다. 주택 공급 이후 달라진 생활권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가 정비사업의 다음 과제가 된다.

오중석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2)은 28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동대문구 이문·휘경 일대의 변화를 중심으로 재개발 이후 도시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었다.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대규모 입주 이후 발생하는 생활 인프라 수요까지 도시계획 단계에서 촘촘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 의원은 “재개발·재건축은 결국 주민의 시간과 직결된 문제”라며 “인허가 단계별로 왜 지연되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단축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은 늘었는데 보육·교통은 부족…뉴타운 이후가 중요

이문·휘경 뉴타운은 대규모 입주와 함께 지역의 인구구조까지 빠르게 바꾸고 있다.

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등이 자리한 이문·휘경·회기 일대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과 오랫동안 지역에 거주해 온 고령층이 공존해왔다. 여기에 뉴타운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젊은 부부와 영유아를 둔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주택 증가 속도와 생활 기반시설 확충 속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 교육·보육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기존 시설만으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주택 공급 규모뿐 아니라 입주 이후 달라질 연령별 인구와 교육·보육 수요까지 보다 정밀하게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통은 이미 주민들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하는 영역이다.

오 의원은 “1만 세대가 들어왔는데 도로는 그대로”라며 “주택만 공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인구가 어떻게 이동하고 생활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문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의 병목과 교통체증을 완화하려면 도로 구조 개선과 함께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를 변화한 생활권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보 생활권도 함께 살펴야 한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이후 조성될 중랑천 수변공원과 배봉산 등 지역의 녹지축을 주거지역과 연결하고, 학교와 지하철역, 상업지역을 오가는 보행 동선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방안이다.

공원과 보행로뿐 아니라 돌봄시설과 청년공간 등 생활서비스까지 채워져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제시하는 방향이다.

청년 주거정책, 공급량 넘어 ‘제도의 틈’까지

대학가가 밀집한 동대문구의 특성상 청년 주거는 오 의원이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는 분야다.

특히 기존 주거지원 제도가 청년에서 신혼부부로 넘어가는 생애주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계약 갱신 때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는 사례가 생기고, 결혼 이후 부부 소득이 합산돼 정책대출이나 각종 지원 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청년일 때 받을 수 있었던 지원이 결혼과 동시에 줄어드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줄이려면 소득과 자산 기준을 단순 적용하기보다 실제 주거비 부담과 생애주기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동대문구에서는 청년 전세사기를 사전에 막기 위한 지역 협력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총학생회와 지역 공인중개사 등이 참여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 임대차계약에 필요한 법률·계약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뒤 지원하는 사후 구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약 전 등기와 보증금, 임대인 정보 등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청년들이 미리 파악하도록 돕는 예방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년안심주택 등 민간임대 사업장도 공급 물량뿐 아니라 입주 이후까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사업자의 재무건전성과 보증금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청년 주거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청년 주거 사각지대 해소와 대학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지역 협력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원 기자
오 의원은 “청년 주거 사각지대 해소와 대학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지역 협력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원 기자

길고양이·수목까지…개발 과정에서 놓치는 것들

그의 관심은 정비사업의 규모나 속도만을 향하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영역도 의정활동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개발·재건축 철거지역에 남겨지는 길고양이다. 주민 이주와 철거가 시작되면 기존 생활권에 있던 동물들이 방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구조와 보호를 정비사업 절차 안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오래된 나무도 비슷한 문제다.

수십 년 동안 지역과 함께 자란 수목 가운데 보존 가치가 있는 나무조차 이식 비용 등의 이유로 제거되는 경우가 있다. 오 의원은 보존할 가치가 인정된 수목을 공원이나 다른 공공공간으로 옮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비사업을 몇 가구를 공급했는지, 사업 기간을 얼마나 줄였는지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동안 기존 지역이 가진 자산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까지 논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그는 주거 안전과 도시관리 방식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매입임대주택처럼 이미 완공된 건축물은 최신 안전설비를 추가하는 데 구조적인 제약이 뒤따른다. 건물 여건상 동일한 설비를 설치하기 어렵다면 대체설비의 성능과 실제 작동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지털트윈도 도시 안전과 연결해 보고 있다.

건축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하면 시설물 관리뿐 아니라 재난 발생 때 신속한 대응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개별 사업과 기관에 흩어진 건축·공간정보를 어떻게 연결하고 실제 행정에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보다 축적된 정보가 시설물 안전과 재난 대응, 행정 효율 개선에 얼마나 활용되는지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밖에서 보낸 4년…정책을 바라보는 시선 달라져

오 의원에게는 국회와 지방의회 밖에서 보낸 4년의 시간이 있다.

국회 보좌진과 지방의원을 거친 뒤 청년 취업 관련 기업과 전문직 단체 등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의회에서는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을 경험했다면 기업과 협회에서는 만들어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접했다.

청년 취업 관련 기업에서는 일자리 정책을 실제 이용하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전문직 단체에서는 하나의 법과 제도가 산업과 종사자의 업무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가까이서 확인했다.

정책을 공급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정책을 적용받는 현장의 목소리를 접한 경험은 다시 의회로 돌아온 뒤 의정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치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 년 전 국회의원실 인턴으로 일하면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 자신이 조사하고 검토했던 내용이 법안으로 이어지고, 다시 예산과 정부 정책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국회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결정이 시민의 생활과 기업 활동,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처음 접한 시기였다.

이후 국회 보좌진과 지방의원을 거쳐 기업과 협회를 경험하고 다시 서울시의회로 돌아왔다. 입법과 행정, 현장을 두루 경험하면서 정책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제도를 만드는 순간보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커졌다.

동대문 4대째 토박이…개발 이후의 삶을 보다

그는 동대문구에서 나고 자란 4대째 토박이다.

이문·휘경 일대가 뉴타운 사업으로 빠르게 변하는 과정도 지역에서 지켜봤다. 오래된 주택과 골목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새로운 주민이 유입되는 동안 교통·보육·교육·녹지 등 또 다른 수요가 생겨나는 과정도 함께 경험했다.

앞으로는 새롭게 유입된 청년과 신혼부부가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오랫동안 동대문구에서 살아온 고령층이 도시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세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데 의정활동의 무게를 둘 계획이다.

오 의원은 임기를 마친 뒤 받고 싶은 평가를 묻자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 시의원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결국 의정활동의 성과는 주민의 일상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재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것과 개발 이후의 생활을 채우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가 아니다. 주택 공급에서 시작해 교통·보육·청년 주거·안전·녹지까지 연결하는 것. 그가 이문·휘경의 변화 속에서 풀어가고 있는 의정 과제다.

오 의원은 재개발 이후 주민의 일상이 실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도록 생활 기반을 촘촘하게 갖추는 데 의정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정원 기자
오 의원은 재개발 이후 주민의 일상이 실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도록 생활 기반을 촘촘하게 갖추는 데 의정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정원 기자

7toy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