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배를 무려 500번 넘게 타야 했던 고된 출퇴근길, 창밖으로 드넓은 염전이 펼쳐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피워낸 한 기간제교사의 뜨거운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제14회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한해 작가가 첫 단행본 ‘기간제교사로 산다는 것은’을 출간했다. 현재 전남 신안군 내 학교에서 사회과 기간제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신안군 신의도 섬마을 중학교에서 진로 교사로 보낸 1004일간의 여정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교사가 감내해야 했던 냉혹한 현실과 이를 이겨낸 교육 현장의 생생한 순간들을 담아냈다.
이 책은 단순한 고통의 토로나 체념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교직원안심보장보험’의 교권 침해 특약에서 배제되는 현실에 맞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교육청의 무단 경력 정보 수집과 부조리한 채용 관행을 세상에 고발하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고용불안이라는 비참한 울타리 속에서도 전국기간제교사노조 및 전교조 기간제교사위원회와 연대하며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단단한 저항을 이어왔다.
신분의 불안정함 속에서도 교육자로서의 소명은 결코 임시적이지 않았다. 저자는 영화, 드라마, 팝송, 수능 지문,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융합한 ‘나만의 진로 교재’를 직접 기획·제작해 수업에 활용했다. 나아가 이웃 섬 학교와의 온라인 음악 합창 수업, 말레이시아 중등학교와의 국제 교류 수업을 통해 신의도 천일염을 세계에 알리는 등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저자는 ‘진로 교육 유공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선 ‘입체적 교육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페이지 곳곳에 삽입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저자가 사랑했던 신의도의 파도 소리와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 아름다운 섬마을의 풍경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한해 작가는 “비정규 노동의 서러움과 불합리한 차별 속에서도 글쓰기를 통해 고통을 의미로 바꾸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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