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 발표
담합 처분시효 15년으로 연장·적발망 확대
가격재결정 법제화 및 자진신고 혜택 축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당정이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와 ‘등록취소’라는 고강도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기존 제재만으로 고질적인 담합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올해 상반기 설탕·밀가루 등 과거 제재를 받은 민생 밀접 업종에서 대규모 담합이 다시 적발되면서 제재의 억지력을 높일 필요성도 한층 커졌다.
28일 당정이 발표한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등 먹거리·생활 밀접 분야에서 적발된 담합의 관련 매출액은 20조원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설탕·밀가루·제지류는 과거에도 담합으로 제재받은 뒤 다시 대규모 담합이 적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당 3사는 2007년 15년간 이어진 가격 담합으로 제재받았지만 올해 다시 4년간 3조2000억원대 가격 담합이 적발됐다. 제분업계도 2006년 8개사가 5년간 가격·생산량 담합으로 제재받은 데 이어 올해 7개사의 6년간 5조8000억원대 장기 담합이 드러났다. 제지업계 역시 2004년 이후 세 차례 담합으로 제재받았지만 올해 6개사의 4조원대 인쇄용지 가격 담합이 다시 적발됐다.
이에 당정은 담합의 억지력부터 적발, 시정조치까지 전 단계에 걸쳐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사업자가 5년 이내 두 차례 이상 담합하면 공정위가 관계기관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담합을 일삼는 사업자는 ‘시장 퇴출’까지 감수하도록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상은 담합이 자주 발생하고 민생과 밀접한 업종 가운데 소관 부처와 협의를 거쳐 선정한 안전·생명, 에너지·산업, 환경, 운송 등 4개 분야 17개 업종이다. 공정위가 반복 담합 사업자를 적발해 요청하면 관계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구조다.
세부적으로 소방시설업과 전기공사업, 설계·감리업, 측량업 등 4개 개별법상 업종에는 등록취소와 영업정지를 모두 도입한다. 석유정제·판매업과 의약품 제조·수입업, 여객·화물운송업, 폐기물처리업 등 나머지 13개 개별법상 업종에는 영업정지 근거를 마련한다.
기존에도 건설사업자가 9년 내 두 차례 이상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공인중개사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되풀이되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취소할 수 있었는데 이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대책의 배경이 된 설탕·밀가루 등 식품업은 17개 업종에서 빠졌다. 해당 업종은 이번 제도를 적용할 허가·등록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라이선스가 있는 사업은 정부가 진입을 규제하는 만큼 담합 사업자에게 허가나 등록의 혜택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제재할 수 있다”며 “그 외 업종은 국가가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적용하기 어려워 반복 담합에 대해서는 과징금 가중 등 다른 제재 수단을 활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담합 처분시효는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린다. 조사를 시작하지 못한 경우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적용되는 시효를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조사 개시 이후 시효는 현행 5년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교복이나 교육용 기자재 등 교육 분야의 입찰 담합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교육청도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입찰정보를 제공하는 협조기관으로 법에 명시한다. BRIAS는 공공입찰 정보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담합 징후를 포착하는 시스템이다.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기 위한 장치도 보강한다. 현재는 공정거래법상 ‘그 밖의 필요한 시정조치’와 심사지침을 근거로 가격재결정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의 가격 재결정’을 법률상 시정조치로 명문화한다. 가격을 충분히 낮추지 않은 경우 시정조치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불분명했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올해 인쇄용지와 밀가루, 전분당 담합에 가격재결정명령을 내렸다.
자진신고자에 대한 과징금·고발 감면은 유지하되 시정조치 감면 혜택은 없앤다. 가격재결정명령 등 경쟁질서 회복을 위한 조치는 자진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담합 가담자 모두에게 적용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최근 자진신고 혜택 자체도 잇달아 손질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조사 개시 후 1순위 자진신고자의 과징금 혜택을 전액 면제에서 75% 감경으로 축소하고 반복 담합에 대한 감면 제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정은 이날 발표한 5개 제도 개선 방안을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 개정안에 담아 패키지로 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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