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일본전 12⅓이닝 1실점 19K 완벽투
“미국 무대 꿈…최상의 상태로 도전할 것”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미뤄둔 숙제를 푼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저 자신에게 100점을 주고 싶어요.”
3년 전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곽빈(27·두산 베어스)이 이번에는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5연패를 이끈 에이스로 우뚝 섰다.
곽빈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한국은 든든한 ‘곽빈 버스’에 올라타 일본을 3-1로 꺾고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비가 내리고 기온까지 떨어진 악조건 속에서도 곽빈은 155㎞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6회까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는 “경기를 준비할 때 몸에 열이 올라오고 심박수도 빨라져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 잘되지 않았다”며 “1회에 공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동료들과 최원호 투수코치님이 ‘신경 쓰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라’고 해준 것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7회말 1사 1, 2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뒤를 이은 조병현이 추가 실점을 막았다. 곽빈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에는 내 손을 떠난 것이었는데 병현이가 잘 막아줘서 너무 고맙고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곽빈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 대만전에서 6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으로 5-0 승리를 이끈 데 이어 결승에서도 일본 타선을 봉쇄했다. 두 경기 성적은 12⅓이닝 1실점 19탈삼진이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도 대회 MVP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곽빈을 가리켰다. 류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로서 최고참의 책임감을 끝까지 다했다. 칭찬 이상의 표현이 없을 정도”라며 “7회에도 본인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사가 확고해 그 투지를 존중했다”고 평가했다.
곽빈에게 이번 금메달은 3년 전의 마음고생까지 씻어낸 결과였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에 뽑혔지만 대회 직전 등 담 증세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당시 곽빈 대신 대만과의 조별리그와 결승에서 중책을 맡았던 투수는 문동주(한화 이글스)였다.
곽빈은 “항저우 때 동주에게 정말 미안했다. 이번에 내가 그 역할을 해보니 동주가 어린 나이에 정말 큰 짐을 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미안해졌다”며 “이번에는 나도 무거운 역할을 잘 이겨내면서 마음에 남아 있던 한이 풀렸다. 미뤄뒀던 숙제를 푼 느낌”이라고 했다.
평소 자신의 활약에 박한 평가를 내리던 곽빈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번 아시안게임 활약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100점”이라고 답했다.
대표팀 맏형으로 금메달을 이끈 곽빈은 후배들을 향한 응원도 당부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은 가능성이 정말 크다”며 “질책보다는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시면 대한민국 야구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3년 묵은 숙제를 끝낸 곽빈의 다음 꿈은 더 큰 무대를 향한다. 그는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 꿈에는 변함이 없다”며 “올해 남은 시즌과 내년에 부족한 부분을 더 완성해 최상의 상태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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