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누적 742만명, 연내 1000만 유력
엔저와 촘촘한 직항망이 만든 국내화
중국 단체 급감 속 한국인 독보적 1위
유럽형 장기 체류보다 잦은 방문 강점
숙박세 등 인상에도 방일 열기 못 꺾어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올해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연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항공 노선 확대와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한국인에게 일본 여행은 국내 여행과 다를 바 없는 일상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5만500명으로 전년 동월(66만917명) 대비 28.7% 늘었다. 이는 JNTO가 통계를 집계한 이래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8월 전체 방일 외국인 중 한국인 비중은 약 27.4%에 달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4명 중 1명 이상을 차지했다.
누적 지표에서도 가파른 상승세가 확인된다. 올해 1~8월 방일 한국인은 742만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2만3081명)보다 21.2% 증가했다. 9월 이후 월평균 64만5000명만 추가되면 연간 1000만명을 달성하게 된다. 지난해 방일 한국인은 945만9600명으로 사상 첫 9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1000만명 고지마저 넘어서는 셈이다.
JNTO 관계자는 “중일 관계 악화로 중국인 단체 관광이 묶이면서 8월 전체 방일 외국인은 약 10% 감소했으나 한국인 방문객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한국인 연 방문객 1000만명 돌파가 유력하며 상황에 따라 1100만명까지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일본 정부의 마케팅 전략도 달라졌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이미 수요가 충분한 ‘성숙 시장’으로 분류해 일반 프로모션 예산 편성을 최소화했다. 대신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수요와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1회 방문당 지출액은 장거리 국가에 비해 적더라도 재방문 횟수가 압도적이어서 누적 소비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JNTO 관계자는 “유럽인은 9~10박씩 장기 체류하고 한국인은 평균 3.6박으로 짧지만, 한국인은 1년에 2~4회씩 재방문하는 비중이 높아 생애 주기 총소비액은 훨씬 높다”며 “체류 기간은 짧아도 높은 재방문 빈도가 한국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폭발적인 수요는 지역별 숙박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일본 관광청의 ‘2025년 숙박여행통계조사’에 따르면 단일 광역자치단체 기준 한국인 누적 숙박 수는 도쿄도가 367만6000박으로 가장 많았고, 규슈의 관문인 후쿠오카현(288만3000박)과 오사카부(283만5000박)가 그 뒤를 이었다. 홋카이도(237만5000박)와 오키나와현(115만3000박)까지 합치면 상위 5개 지역이 일본 전역 한국인 숙박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서 숙박 수(박)는 투숙객 수에 체류 일수를 곱해 산출한 누적 연인원 개념이다.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로도 한국인의 발길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규슈 7개 현의 외국인 누적 숙박 수는 1201만6000박이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이 430만2000박을 차지했다. 규슈를 찾은 외국인 숙박객 3명 중 1명 이상(35.8%)이 한국인이었던 셈으로, 전국 평균(11.5%)의 3배를 웃돌았다. 특히 오이타현(38.9%), 후쿠오카현(36.8%), 가고시마현(34.3%), 사가현(34.2%) 등 규슈 7개 현 전체에서 한국인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소도시 권역에서도 한국인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시코쿠 4개 현의 경우 외국인 전체 숙박(171만6000박) 가운데 한국인이 41만6000박을 기록해 4명 중 1명꼴(24.2%)에 달했다. 에히메현은 외국인 투숙객 중 한국인 비중이 42.4%로 일본 47개 도도부현 중 1위를 차지했으며, 가가와현(17.6%)과 도쿠시마현(23.1%) 역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를 넘어 일본 전역의 지방 중소도시까지 고르게 뻗어 나가는 모양새다.
한국인의 높은 일본 선호 배경으로는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과 친숙한 식문화 외에도 촘촘한 항공 접근성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일본 내 한국 직항 노선이 취항하는 공항만 30여 곳에 달하며, 규슈는 7개 현 전체에 직항편이 뜬다. 사실상 국내 지방 여행지보다 이동 편의성이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 주요 지자체들이 최근 숙박세를 신설하거나 인상하는 등 여행 경비 상승 요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방일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여행업계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가을·겨울 시즌까지 일본행 선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동일 교원투어 매니저는 “올 추석 연휴가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엔저 효과까지 맞물리며 일본 상품 예약 비중이 전체의 40%에 육박했다”며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만큼 당분간 일본을 찾는 여행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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