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제도화 연말 시행 앞두고
약사회, 의약품 배송 반발 실력행사
중기부-복지부, 부처간 이견 노출도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골자로 한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처방약 전달 체계를 둘러싼 보건의료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후 처방약을 집에서 배송받을 수 있는 대상을 전체 환자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약품 오남용과 의료 영리화를 우려하는 약사사회와 치료 접근권을 요구하는 환자·소비자단체,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대화를 촉구하는 플랫폼 업계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15년 넘게 이어진 원격의료 논쟁의 종착지가 이제 ‘진료’를 넘어 처방·조제 이후의 의약품 전달(배송) 영역으로 이동했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은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 환자로 제한된다. 그러나 지난 8월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가 민관협의체를 통해 전체 환자 대상 배송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충돌이 격화됐다.
대한약사회는 장외투쟁에 돌입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약사회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이 집결한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와 평가, 안전 장치와 시스템도 없이 특정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을 연명하기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민간 플랫폼의 먹잇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환자와 소비자단체는 배송 없는 비대면진료는 유명무실하다고 맞선다.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9일 “비대면진료는 의약품 수령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며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 소비자의 의료·의약품 접근권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외출이 위험한 중증 환자 등 실제 배송 수요가 절실한 이들이 법적 5대 범주에서 배제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산업계를 대변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대화를 제안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오배송과 변질, 복약 지도, 본인 확인 등 쟁점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약사와 기술기업이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안전한 의약품 재택수령 설계에 약사회의 동참을 요청했다.
정부 내부와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면 확대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감지된다. 전체 환자로 배송을 확대하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12월 제도 시행과 동시에 전면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복지부가 향후 약사회의 의견과 안전성 문제를 감안해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역시 제도화 과정에서 합의된 ‘제한적 약 배송’ 원칙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류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통과된 것처럼, 의약품 유통의 공공성과 안전장치 확보가 주요 입법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약 배송 확대 방침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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