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200해리 내 태풍 연평균 2.33개…평년보다 28.6%↓
체류시간 53.0%·누적 태풍에너지 67.2% 감소
100해리 이내 ACE 88.6%↓…양식생물 폐사 위험 커질 수도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태풍이 적게 오면 바다는 더 안전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태풍이 줄어들수록 고수온과 저염수, 빈산소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태풍이 바닷물의 위아래를 뒤섞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 우리나라 주변을 지나는 태풍이 줄면서 바다의 수직 혼합도 약해질 수 있어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최근 태풍 활동과 해양환경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우리나라 해안선 200해리 이내를 통과한 태풍은 연평균 2.33개로 집계됐다. 1991~2020년 기후 평년의 연평균 3.27개보다 28.6% 적다.
태풍이 우리 바다에 머무는 시간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200해리 이내 평균 체류시간은 평년 66.44시간에서 최근 3년 31.26시간으로 53.0% 감소했다. 태풍의 풍속과 지속시간을 함께 반영한 누적 태풍에너지(ACE)는 평년보다 67.2% 낮았다. 태풍이 통과할 때 평균 강도 역시 55.71노트(kt)에서 45.80kt로 약해졌다.

해안과 가까워질수록 ‘태풍 공백’은 더 뚜렷했다. 해안선 100해리 이내를 기준으로 최근 3년간 태풍 통과 수는 평년보다 55.2% 감소했다. 체류시간은 71.7%, ACE는 88.6% 줄었다. 동해와 남해·황해·동중국해 북부에서도 태풍 통과 수와 체류시간, ACE가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낮았다.
문제는 태풍이 단순히 피해만 남기는 기상현상이 아니라 바다를 뒤섞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강한 바람과 파도가 표층과 하층의 바닷물을 섞으면서 여름철 달궈진 표층 수온을 낮추고 ‘성층’을 약화시킨다. 성층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표층수와 무거운 하층수가 층을 이뤄 서로 잘 섞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태풍 통과 횟수와 체류시간이 줄어들면 이런 수직 혼합 기회도 감소한다. 여름철 표층 가열과 강수, 하천수 유입 등으로 만들어진 수온·염분 성층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 표층의 고수온·저염수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바닷물이 위아래로 섞이지 않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저층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표층의 산소가 저층으로 전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기물 분해에 따른 산소 소비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바닷속 산소가 부족해지는 빈산소 현상이 장기화하거나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심이 얕고 해수 교환이 제한적인 연안과 만에서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고수온과 저염수, 빈산소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양식생물의 스트레스와 폐사 위험이 커지고 저층 생태계와 수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KIOST는 태풍 활동 감소와 이들 해양환경 변화 사이의 장기적인 영향을 판단하려면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최근처럼 우리나라 주변 해역을 지나는 태풍이 줄어들면 여름철 바다를 강하게 뒤섞어주는 힘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며 “수온·염분 성층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 표층의 고수온·저염수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풍이 뜸한 기간 바다에 쌓인 열은 이후 접근하는 태풍의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지나가며 바닷물을 섞으면 차가운 하층수가 올라와 해수면이 식으면서 태풍 발달을 억제한다. 반대로 따뜻한 수층이 깊거나 표층의 저염수층이 혼합을 막으면 해수면이 충분히 식지 않아 태풍이 열에너지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옥 KIOST 해양순환기후연구부장은 “태풍이 적게 왔다고 바다가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태풍 통과 횟수뿐 아니라 실제 해양 혼합 정도와 성층의 강도·지속 기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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