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등을 포함한 ‘공적주택’을 연평균 24만 가구, 총 119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주거안정플랜’을 21일 발표했다. 전·월세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반영해 목표 물량의 약 80%를 임대주택으로 채우고, 일반 무주택층까지 대상을 넓힌 ‘보편형 공공임대’도 도입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종합적인 주거복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7 공급대책’과 올해 ‘8·13 대책’이 신규 주택 착공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계획은 공공임대 확충과 생애주기별 지원 등 주거 복지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119만 가구는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임차 가구(871만7000가구)의 약 13.6%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77%인 92만 가구가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 ‘보편형 공공임대’ 신설이다. 취약계층 중심이던 공공 임대 문턱을 낮춰 무주택 중산층도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기본 6년, 최장 20년간 살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연평균 4만가구씩 총 19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절반 이상을 만 19~39세 청년에게 우선 배정한다. 품질은 민간주택 수준이 목표다. 입지는 직주근접 수요를 겨냥해 역세권·도심 등에 짓는다는 원칙이다. 입주 자격(소득·자산 상한선)과 임대료 수준(주변 시세 대비 할인율)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청년·전문가 등의 의견을 더 듣고 연내 발표하기로 했다.
보편형 공공임대 도입은 수요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시프트’(SHift)란 이름으로 도입한 장기전세주택과 유사한 개념이다. 시프트 입주자는 주변 전세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을 내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강일리버파크, 송파파인타운, 상암월드컵파크 등 도심 요지에 위치해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시 자체 조사 결과 시프트 수혜자 10명 중 7명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고 한다. 보편형 공공임대가 임대에서 자산을 축적한 뒤 내 집 마련으로 이동하는 ‘주거 사다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 실행의 관건은 역시 재원이다. 땅값과 건축비가 많이 드는 도심·역세권 주택을 싸게 임대하려면 그 차이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5년간의 총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지 구체화해야 한다. 최근 시프트 20년 만기 거주자들이 분양전환이나 재임대를 요구하며 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데, 이에 대비한 출구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공적주택이 내 집 마련의 통로로 정착된 싱가포르 등 주거복지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가 ‘취약층 주택’ 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전·월세난을 해소하는 순기능을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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