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각을 세우는 상황에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미국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지난달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아카네 도모코 소장 제재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가 ‘유감’ 표명에 그친 것은 미국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ICC는 2024년 11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을 자인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전범으로 규정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미국은 이에 반발하며 ICC에 압박을 가해왔고, 지난해 2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에는 아카네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 수석 공판 법률가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20일에는 ICC에 대해 국제 금융 거래망에서 아예 퇴출시키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를 검토중이라 전해졌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아카네 소장을 제재하겠다고 밝히자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관계국들과 의사소통을 계속해가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소극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여러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매우 유감”이라는 표현은 외무성과 총리 관저 관계자들 사이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아사히에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이 정도의 표현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악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봤다. 일본은 연내 개정을 앞둔 3대 안보 문서의 개정과 관련해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고, 중국과는 지난해부터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오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미중이 일본을 패싱한 채 ‘빅딜’을 성사시킬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최상의 수준으로 다져놔야 한다는게 일본의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무성 간부는 아사히에 “여기서 미국과 부딪힐 수는 없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이 “매우 유감”이라는 표현에 그치며 미국에 대한 배려를 내비치자, 미국이 나중에 감사를 전했다는게 외무성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2일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아카네 소장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오갈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