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직불 첫 3조원 돌파…농어촌 기본소득 35개 군으로 확대

농업재해보험 8313억원·가격안정제 첫 도입…농업 피지컬 AI에도 208억원

농지·농안·FTA기금 하나로 통합…누적채무 상환 포함 땐 재정투입 25.3조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 예산안이 22조원을 처음 넘어선다. 올해보다 2조원 넘게 늘어나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2000년 이후 최대다. 공익직불 예산은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은 35개 군으로 확대한다. 농업재해보험과 가격안정제 등 농가 안전망도 강화한다. 이와 별도로 농업 분야 4개 기금에 쌓인 3조1000억원의 채무를 상환하고, 농지·농산물가격안정·FTA기금은 가칭 ‘농업발전기금’으로 통합한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안은 22조2215억원으로 올해 20조1362억원보다 10.4%(2조853억원) 증가했다. 증가율과 증가액 모두 2000년 이후 가장 크다. 최근 농식품부 예산은 2024년 18조3392억원, 2025년 18조7416억원에서 올해 처음 20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22조원대로 올라서게 된다.

2027년 농식품부 예산안 인포그래픽[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7년 농식품부 예산안 인포그래픽[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예산에 잡히지 않는 3조1000억원 규모의 기금 채무 상환까지 포함하면 재정 투입 규모는 더 커진다. 정부는 농지관리·농산물가격안정·FTA·축산발전기금에 누적된 채무 3조1000억원을 내년에 상환할 계획이다. 이를 포함한 규모는 25조3081억원으로 올해 농식품부 예산보다 25.7%(5조1719억원) 많다.

농가 소득 안전망의 핵심인 공익직불 예산은 2조9703억원에서 3조615억원으로 늘어 처음 3조원을 넘어선다. 비진흥지역 밭의 기본형 직불 지급단가는 헥타르(ha)당 138만~150만원에서 170만~187만원으로 25% 높여 논과의 격차를 없앤다. 전략작물직불은 4196억원에서 4568억원으로 늘리고, 실질적인 휴경 효과를 내도록 녹비 3000ha를 신규 지원한다.

농산물 가격이 급락할 때 농가 손실을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도 처음 도입한다. 주요 농산물의 평균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91억원을 편성했다. 공공형 계절노동은 130곳에서 200곳으로 늘리고 농업 노동자 기숙사 10곳도 추가한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선국 기자]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선국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재해 대응에도 재정을 집중한다. 농작물재해보험 등의 지원 예산은 7769억원에서 8313억원으로 늘리고 보험 운영이 어려운 작물에는 77억원을 투입해 ‘농작물 준보험’을 새로 도입한다. 농업인 안전재해보험은 956억원에서 1228억원으로 확대해 보장 수준을 산업재해보험 수준으로 높인다. 가뭄 등에 대비한 양수장 개선 예산도 246억원에서 2509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린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내년 농촌 분야에서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되는 사업 중 하나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17개 군, 3047억원인 사업을 내년에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절반 수준인 35개 군, 1조1658억원으로 확대한다. 국비 지원 비율도 40%에서 50%로 높인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는 정부가 처음으로 2000억원을 출연한다.

농업의 인공지능(AI) 전환에도 본격적으로 돈을 투입한다. 연구개발에 머물던 피지컬 AI를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208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자율주행 트랙터 등을 공동 이용하는 AI 농기계 공유센터 15곳을 만들고 농업로봇 210대를 농가와 공동영농법인 등에 보급한다. 노후 축사를 AI·정보통신기술(ICT) 기반으로 집적·규모화하는 스마트축산단지에도 신규로 441억원을 투입한다.

농업 재정의 구조 자체도 손본다. 현재 농식품부가 운용하는 7개 기금 가운데 농지관리기금과 농산물가격안정기금, FTA기금 등 3개를 통합해 가칭 ‘농업발전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연내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금 통합의 배경에는 악화된 재정 여건이 있다. 농지·농안·축발·FTA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잔액은 올해 8월 기준 총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연간 이자 부담만 12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기금별 자체 재원은 줄어드는 반면 지출이 늘면서 채무가 누적됐고, 기금 간 칸막이 때문에 새로운 정책 수요에 맞춰 여유재원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새 농업발전기금은 농지보전부담금과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자 부담금, 융자금 원리금 등 기존 재원을 유지하면서 농특회계에서 자금을 전입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한다. 통합 시점에는 과거 누적 채무를 모두 정리하고 2027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결손도 농특회계 여유자금을 투입해 보전할 계획이다. 기금은 재원·사업·자산을 합친 단일계정으로 운영하되 기존 기금의 고유사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법률에 근거를 마련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특세 세입 증가로 확보된 재정여력을 농업·농촌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충실히 투자하겠다”며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농업·농촌에 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보완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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