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총지출 증가율 9%→7%→5%로 조정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내 관리 목표

정부의 한 해 살림살이 규모가 2030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내년 총지출을 역대 최대인 820조9000억원까지 늘리지만, 2028년부터는 지출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재정건전성 관리에 나선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국세수입 증가율이 3% 수준으로 둔화하는 반면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의무지출은 연평균 8.5% 증가해 재정의 경직성이 커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12.8%) 증가한 820조9000억원이다. 정부는 세수 여력이 집중되는 2026~2027년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2028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9%, 7%, 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계획 기간 총수입은 연평균 9.9%, 국세수입은 연평균 1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6~2027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급증이 반영된 수치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가정하지 않고 2028년부터 국세수입 증가율이 3%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제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현재의 반도체 세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다”며 “2028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9%, 7%, 5% 수준으로 연착륙시키면서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지표는 세수 급증에 힘입어 개선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3.9%에서 내년 0.1%로 축소되고 국가채무비율은 51.6%에서 48.3%로 하락한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계획 기간 GDP 대비 3% 이내로 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30년 49%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목표다.

다만 국가채무는 올해 1413조8000억원에서 내년 1515조~1520조원대로 늘어 처음 150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실질경제성장률 2%를 전제로 계획을 짰다.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일찍 꺾이거나 성장률이 전망을 밑돌면 세수와 명목 GDP 증가 폭이 모두 줄어 재정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

재정 경직성도 부담이다. 의무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8.5%로 지난해 계획의 6.3%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저출생·고령화로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 복지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비중도 약 52대48로 역전됐다.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면 총지출 증가율을 낮추더라도 신규 정책에 활용할 재량지출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

정부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108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한다. 재량지출에서 38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저성과·유사·중복 사업 2100여개를 폐지한다. 의무지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기초연금 개편 등을 통해 69조원 규모로 구조조정한다. 논란의 핵심은 국회 의결 이후 정부가 자체적으로 지출계획을 바꿀 수 있는 범위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액을 30% 이하 범위에서 국회의 재심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기금의 20%보다 높고 금융성 기금과 같은 수준이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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