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 8개월 만에 ‘오일 딜’
100년간 650억배럴 배타적 통제권
시설복구 수년…유가하락효과 희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산 원유로 바닥을 드러낸 미국의 전략비축유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 베네수엘라와 대규모 석유 거래에 합의했다며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진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러시아의 중남미 영향력을 차단해 서반구 ‘석유 패권’을 틀어쥐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 석유로 할 일 중 하나는 국가전략비축량을 채우는 것”이라며 “비축유를 가득 채우는 절차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를 “미국 국민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이달 21일 기준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2억9000만배럴로 1982년 말 이후 최저치다. 저장 가능 용량(7억1400만배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크라이나·이란전쟁으로 급등한 유가를 잡기 위해 대규모로 비축유를 방출한 여파인데, 운영상 하한선(1억8000만~2억배럴)에 근접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전략비축유가 사실상 비어버렸다는 주장도 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원유로 비축유를 채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와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로 비축유를 얼마나 신속히 채울 수 있을지, 미국 소비자가 단기적으로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28일 베네수엘라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가까운 현지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탕쿠르 소유의 ‘노스아메리칸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가 100년간 베네수엘라 미개발 유전 17곳의 개발권을 얻고, 미국이 생산량의 55%를 확보하는 게 골자다.
해당 유전들의 매장량은 650억배럴로 추정되며, 이는 세계 최대 매장국인 베네수엘라 전체 매장량(3030억배럴)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해 미국이 NABEP 비경영 지분 35%를 보유하고, 생산량 20%를 원가로 우선 구매할 권리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이란전쟁발 공급 불안 속에서도 대규모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자국 생산 원유가 경질유에 편중돼 항공유 등에 쓰이는 중질유는 상당량 수입해왔는데,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이를 상당 부분 메워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원유를 지렛대로 서반구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주 대륙에서 미국의 배타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먼로 독트린’ 기조를 내세워왔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베네수엘라에 미군이 주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중남미에서 세력을 넓혀온 중국·러시아에 대한 견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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