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향해선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고 조롱했다. 동맹과 우방국 정상을 향해 모욕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인한 국정운영 최고 리더십 공백 속에 대미 정상외교가 사실상 막혀 있는 우리로선 아찔하기 짝이 없는 소식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언젠가, 어쩌면 곧, 캐나다는 훨씬 낮은 세금과 더욱 강력한 안보를 갖춘 우리의 소중하고 매우 중요한 51번째 주가 될 것”이라며 이날 예정된 미 공화당 주지사 협회 회의를 언급한 뒤 “트뤼도 주지사가 참석하고 싶다면 최고로 환영받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간 경기를 앞두고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올린 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4% 지지율의 대통령”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고 폄훼했다.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저변엔 영토확장과 광물자원 취득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 도모를 위해 상대국을 흔들고자 하는 노림수가 있다는 점이다. 쥐스탱 총리는 지난 7일 토론토에서 열린 자국 산업계 및 노동계 대표자들과의 비공개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가 핵심 광물자원을 얼마나 가졌는지 알고 있다”며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합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 뿐 아니라 광물 협정을 두고서도 이해를 다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군사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 자원 지분 50%를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국 정상의 정통성과 지지율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은 50~6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유로 국회 의결을 통해 대선을 치르지 않은 건 사실이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던 트뤼도 총리는 이미 지난달 초 사임을 선언하고 후임 선출을 기다리고 있다.
대미 정상외교의 가장 근본적인 힘은 리더십을 떠받치는 국민통합과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용주의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우리가 이로부터 얻을 교훈이다. 정당성이 결여되고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상이 국제 무대에서 힘을 가질 리 없다. 명분과 자존심만 내세우는 외교가 경제와 안보의 실익을 가져다 줄 리 없다. 강하고 실용적인 리더십의 복원에 국민과 정치권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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