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발언으로 정치권에서 때아닌 ‘이념 논쟁’이 벌어졌다. 이 대표가 1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보 정권이 아니다”라고 한 때문이다.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나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실용주의를 내세워 우클릭 갈지자 행보를 하던 이 대표가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인하기에 이르렀다”며 “보수 참칭” “정치쇼”라며 맹비난했다. 민주당 내 비(非)이재명계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했다.
진보와 보수가 무엇이냐를 역사적 이론적으로 따지자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이 대표의 노림수도 학문적 토론이나 하자는 건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는 마당이다. 어차피 진보성향 유권자층은 민주당 지지로 기울테니 이 대표 자신이 집권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중도 보수층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발상이 발언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다. ‘흑묘백묘론’의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예외’나 추가경정예산에 ‘전국민지원금 배제’ 수용을 시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사실상 철회했지만 말이다. 이 대표로선 ‘중도 보수’ 발언이 논란이 되도 잃을 게 없다 판단했을 것이다.
‘오락가락’ 행보라는 비판에도 이 대표는 이렇듯 노골적으로 중도 보수층마저 점령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는데, 정작 ‘정통 보수’를 자임하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에 경도돼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다. 상당수 의원과 세력이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무조건 옹호하고 헌법재판소까지 흔드는 극렬 지지층에 끌려다니고 있고 탄핵에 찬성하는 당내 소장파나 중도 성향 유권자층은 백안시하고 있다. 오죽하면 여당을 향해 ‘주반야대’(낮에는 탄핵 반대, 밤에는 조기 대선 준비)라는 정치권 비아냥과 자조가 나오겠는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도 보수면 헌법 이념인 자유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시장 경제를 활성화해서 기업이 마음 놓고 경영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중도 보수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된다”고 했다. 여당 먼저 따라야 할, 천번 만번 맞는 말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분배와 성장의 균형을 맞춰왔다”며 “지금은 가치의 중심을 실용에 두고 성장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제라도 반(反)시장, 반기업적 시각을 버리고 건강한 ‘보수 경쟁’에 나선다면 그 또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행동으로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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