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vs 뉴진스, 동상이몽…“대화하자” vs “이제 와서? 29일 계약 해지”

입력 2024-11-28 23:47:49 수정 2024-11-29 0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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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 통보

“정신적 고통…무성의한 태도에 지쳤다”

어도어 “일방적 주장 해지 사유 될 수 없다”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 — 걸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서로에 대한 존중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당한 불합리한 일에 대해 목소리를 냈고, 그것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뉴진스 민지)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탈취’를 이유로 내부감사에 돌입한 이후 7개월간 이어진 복잡다단한 사건은 뉴진스의 ‘결별 선언’으로 K-팝 사상 유례없는 분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 멤버 다섯 명은 28일 오후 서울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자정부터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은 해지된다”며 “앞으로 저희의 행보를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존중 없는 전속계약…“어도어의 무성의한 태도에 지쳤다”

“어도어와 하이브는 한 몸…무성의한 태도에 지쳤다.”

결국 뉴진스와 어도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뉴진스는 앞서 지난 13일 소속사 어도어에 김민지, 하니 팜, 마쉬 다니엘, 강해린, 이혜인 등 멤버 다섯 명의 본명으로 발송한 시정요구 사항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시정요구에 대한 회신 기한은 14일. 이는 일종의 ‘최후통첩’이기도 했다. 뉴진스는 “서신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뉴진스는 언론에 기자회견 공지를 보낸 뒤 1시간 30분 뒤인 오후 7시 30분경 내용증명에 대한 어도어의 답을 받았다. 멤버들은 어도어에서 보내온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리더 민지는 “기자회견(오후 8시 30분) 한 시간 앞두고 메일을 보내와서 저희 모두 읽어봤다. 내용을 보니 다시 한번 심각하다고 느끼게 됐다”며 “14일 안에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멤버들과 면담 없이 과정이 진행돼 슬프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어도어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시정 요구 기간이 오늘 자정까지였는데도 내일 도착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전부 변명과 거짓말뿐이었다. 늘 시간끌기 식의 회피하는 답변으로 저희를 대했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고, 요구 사항도 시정되지 않았기에 29일 0시가 지나면 예정대로 전속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뉴진스 멤버들은 민 전 대표가 떠난 ‘현재의 어도어’와 모회사 하이브애선 아티스트로의 존중과 이해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이 점이 양측의 관계를 파탄나게 한 이유다.

민지는 “하이브는 말장난 하듯이 하이브가 잘못한 것이지, 어도어가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도어는 그간 저희가 함께 일해온 어도어와는 달라져 있고, 그동안 일해온 이사님들도 해임됐다”며 “이제와 하이브와 어도어를 구분해 입맛대로 바꾸고, 함께 일한 감독님들도 다 그만 둔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니는 “어도어에 계속 있으면 정신적 고통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전속계약 해지 입장을 밝히며 “앞으로 많은 일과 방해가 있겠지만, 다섯 명이 힘을 모아 앞으로의 모험과 도전을 즐기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용기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도 언급하며, ‘지금의 결정’을 응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민지는 “저희의 행보를 지켜봐주시고 지지해달라. 학교든 직장이든 존중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엔 “그 분에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도 했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동상이몽’…전속계약 해지 vs 유효

뉴진스와 어도어의 ‘동상이몽’이 시작됐다. 뉴진스는 이날 ‘전속계약 해지’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어도어의 생각은 다르다.

뉴진스의 기자회견 이후 어도어는 “전속계약 당사자로서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향후 일정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도어와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뉴진스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그룹의 전속계약 해지는 이미 예고된 행보였다. 앞서 지난 8월 어도어 이사회에서 민 전 대표가 해임되며 사태는 악화됐고, 다음 달 뉴진스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하니를 향한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과 뉴진스 ‘따돌림’ 의혹이 멤버들의 입을 통해 언급된 것도 이 방송을 통해서다. 이후 지난 20일 민희진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나며 어도어를 향한 뉴진스의 신뢰는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민지는 이날도 “시정요구 기한을 드렸고, 이미 지난 9월 라이브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어도어는 개선에는 관심도 없고 거짓과 변명 뿐이었다”며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진스 멤버들의 전속계약 해지 방식은 그간 대중음악계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멤버들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는 밟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지는 “계약을 해지하면 전속 효력은 없으므로 저희 활동에는 장애가 없다.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가처분 등의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니엘도 “어도어와 전속계약이 해지되면 저희는 어도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것”이라며 “다만 예정된 스케줄을 모두 진행할 계획이다. 계약된 광고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 계약해지로 다른 분들께 피해를 드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뉴진스가 계약해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어도어와 하이브에선 ‘일방적 통보’로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뉴진스는 법적 조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양측의 법정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 측 관계자는 “이후 법적 문제들은 변호사 선임 이후 다시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어도어에선 뉴진스의 동행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어도어는 “당사는 아티스트들에게 수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만나서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며 “어도어는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의 활동을 지원하고 글로벌 아티스트로 더욱 성장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뉴진스의 생각은 다르다. 민지는 “이미 수차례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다”며 “이제와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조여주기 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위약금 전쟁과 이름 지키기…최소 3~5년, 지난한 공방전의 시작

이제는 ‘전속계약 해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미 뉴진스와 어도어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예고되고 있다. 양측이 소송에 접어들면 위약금 규모와 뉴진스 상표권에 대한 권한 여부도 판단하게 된다.

기자회견에서 멤버들은 “(뉴진스는) 전속계약 위반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치선을 다해 활동했기에 우리가 위약금을 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은 어도어와 하이브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상 통상 국내 아이돌 그룹의 계약기간은 통상 7년이다. 뉴진스는 2022년 데뷔, 현재 시점으로 5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위약금은 계약 해지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수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뉴진스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지난 3월 14일 민희진 전 대표와 어도어 관계자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종합하면 계약 해지시 위약금은 4000억∼6000억원대라는 추정이 나온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분쟁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위약금 규모는 양측의 귀책사유 인정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이로 인해 양측은 서로 간의 과실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진스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름 사용에 대한 권한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상표권은 어도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멤버 혜인은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뉴진스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뉴진스라는 이름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어떤 분들에겐 단순히 이름이자 상표권 문제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그리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뉴진스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니엘도 “뉴진스라는 이름을 위해 싸우겠다”며 “이름이 어떻게 되든 ‘뉴진스 네버 다이’(NewJeans Never Die·뉴진스는 죽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뉴진스가 29일 자정을 기해 전속계약 해지를 천명한 만큼 양측은 이제 지난한 공방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에 대한 심리로만 통상 2~3개월이 걸리고, 해지 소송은 최소 3~5년이 걸린다. 뉴진스는 이 과정 동안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 함께하기를 희망했다. 민지는 “가능하다면 민희진 대표와 함께해서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고, 혜인은 “아직 (민희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대표님도 저희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팬덤 버니즈도 뉴진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니즈는 “2022년 7월 데뷔 이후 지금까지, 때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이 좋은 음악과 진심 어린 활동을 해준 뉴진스 멤버들을 지지하며, 뉴진스의 자유로운 활동의 보장을 촉구한다”며 “뉴진스 팬덤 버니즈는 앞으로도 뉴진스 멤버들이 예전처럼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의 진정한 기쁨을 나누며 아름다운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진스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제작, 2022년 7월 데뷔한 걸그룹이다. 기존 걸그룹의 전형을 깨고 새로운 표준을 제시,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디토’(Ditto), ‘슈퍼 샤이’(Super Shy), ‘슈퍼 내추럴’(Super Natural) 등의 히트곡을 내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