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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사전청약 민간 확대의 문제점

최근 주택시장을 안정세로 전환하기 위한 공급대책으로 3기 신도시 및 2·4대책 공급물량의 사전청약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서 리스크를 꺼려하는 민간 공급주체에게 사전청약을 강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인센티브나 규제를 필요로 한다. 사전청약의 시장안정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간부문확대의 당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사전청약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겠다는 시도가 어떻게든 공급 확대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점이 안 읽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식 분양도 가격 안정 효과가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한다고 시장이 안정될지는 의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1980년대 말 급등하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분당신도시 등을 포함하는 1기 신도시 건설계획 발표와 분양은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하락세를 동반하는 추세의 시작은 1991년 후반부터 이뤄진 분당신도시 시범단지의 입주 점이었다.

이번 사전청약 확대 선택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시도됐던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의 경험을 잘못 참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강남권에 인접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이후 장기간 지속된 시장하락세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의 1차 사전예약이 이뤄졌던 2009년 가을부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단기적으로 주춤했었다. 그러나 자세히 돌이켜보면 이는 해당 시점 이뤄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이다. 이후 DTI 규제의 완화와 강화가 2010년 말까지 반복됨에 따라 가격 변동 추이가 단기적인 상승세와 하락세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볼 수 있다. 이어진 2차 및 3차 사전예약 확대시점은 시장 변곡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과거 경험을 볼 때 사전청약의 시장 안정 효과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적지 않다. 일단 사전청약은 미래에 배분될 공급물량을 당겨쓰는 구조다. 3~5년 뒤 분양될 물량을 당겨 사전분양하면 장래 형성될 신혼부부와 같은 수요자들에 나눠줄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다. 특히 지나친 사전청약에 대한 열기는 분양가 규제로 로또가 된 분양아파트에 대한 과수요가 형성돼 정책적인 선호 대상자들에게 배분될 몫이 줄어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전청약 확대가 그렇지 않았으면 재고 주택을 구입해 자가로 전환했을 가구들을 전월세시장에 머무르게 한다는 점이다. 사정청약 후 본청약을 거쳐 입주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전월세시장의 대기 수요 확대는 지속적인 전월세시장의 불안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또 민간부문 확대 대안으로 포함된 도심 공급물량의 경우 현재도 주민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안 될지도 모르는 대상지에 피분양자와의 약속인 사전청약을 통해 청약물량을 확정 시켜버리는 것이 지나치게 과감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경제부총리가 얘기했듯 조만간 침체기가 시작될 수 있다. 향후 시장 침체로 본청약시점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그런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지우겠다는 발상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리스크 관리는 민간의 몫으로 맡겨둬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준공이나 인허가라는 건축 단계 시점에서 벗어나 2·4대책에서는 택지 확보시점이 되더니 이번에는 사전청약시점으로 공급시점이 당겨지고 있다. 조급함이다. 사전청약의 민간 확대가 시장안정을 만들어낸다고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해 조만간 발생할 시장조정기 부담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까 걱정스럽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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