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지난 30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 경매6계. 6채의 아파트 경매가 진행됐는데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30%를 넘을 정도로 과열됐다. 대표적인 물건이 감정가 3억2400만원인 광주시 태전동 ‘성원’ 아파트 134㎡(이하 전용면적)로 33명이나 응찰했다. 낙찰은 5억2399만9999원 입찰가를 써낸 홍모씨가 받았다. 2위 입찰가(5억2210만원)와 200만원도 안되는 근소한 차이의 승리였다. 낙찰가율은 161.73%나 됐다.

법원 경매시장에서 수도권 아파트 인기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는 모두 역대 가장 높은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기록을 세웠다. 서울도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경매 참여자들이 너도나도 높은 가격에 응찰하면서 매월 월간 기준 최고 낙찰가율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3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1~30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15.8%로 전월(111.1%) 보다 4.7%포인트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11.72명으로 지난 2020년 4월(11.92명) 이래 가장 많았다.

인천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달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123.7%로 전월(118.5%)보다 5.2%포인트 상승하면서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경매 건당 응찰자수는 9.57명으로 전달(10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도 역대급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8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17.1%로, 전월(107.0%) 보다 1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6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 기록(119.0%) 보다는 조금 낮지만 나왔다 하면 감정가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고가 낙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평균 응찰자수도 8.33명으로 전달(3.50명) 보다 5명 가까이 늘었다.

수도권의 한 법원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응찰자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별도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고가낙찰은 저평가 지역 ‘중저가’ 밀집지역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교통망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의 단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값이 부각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17일 안산지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1억6500만원인 시흥시 정왕동 영남 아파트 60㎡는 3억103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가 17명이나 몰리며 낙찰가율이 182%로 뛰었다. 같은날 의정부지법에서 경매에 나온 의정부시 신곡동 풍림아이원 85㎡엔 응찰자가 31명이나 몰리며 160%(감정가 2억8000만원, 낙찰가 4억4699만원) 낙찰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교통호재가 많은 인천시 아파트도 역대급 낙찰가율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십명씩 응찰해 낙찰가율이 150% 이상 기록한 사례가 쉽게 발견된다. 이달 4일 인천지법 경매22계에서 경매에 붙여진 인천 남동구 서창동 청광플러스원 85㎡엔 21명이 응찰했다. 낙찰가율은 161%(감정가 3억8600만원, 낙찰가 6억2110만원)나 됐다. 같은 법원에서 11일 경매가 진행된 연수구 동춘동 한양2차 아파트 85㎡는 낙찰가율이 150%(감정가 3억3700만원, 낙찰가 5억69만원)를 기록했다. 14명이 경쟁을 벌인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경매시장도 매매시장처럼 아파트 매물이 많이 부족해 인기지역 물건은 나왔다 하면 수십명씩 경매 응찰자가 몰리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매매시장에서 집값 상승세가 계속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경매 참여자들도 공격적으로 입찰하면서 낙찰가율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