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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IT 기사단 7인의 ‘솔직 토크’]“알파고에 열광하면서…왜 ‘하사비스 싹’부터 자르나요?”
창의성·사고력 외면한 주입식 교육
알파고 같은 혁신적 결과물 안나와

네이버·카카오 대표등 스타만 주목
IT인재 무시하는 사회풍조 안타까워

美 실리콘밸리 최정상 못할 것 없어
메이저급 해카톤 대회 반드시 우승



“한국사회 지도층이 하사비스를 키울 생각은 있긴 있나요? 오히려 하사비스 싹을 자르는 것은 아닌가요?”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시대의 리더를 꿈꾸는 청년들은 사뭇 도발적이었다. ‘알파고’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AI를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원천기술이라 할 수 있는 탄탄한 컴퓨터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으로 무장한 이들 청년들은 “우리 사회는 정보기술(IT) 인재를 무시한다. 이대로라면 희망은 없다”고 규정했다. ‘건강한 비판’을 마구 쏟아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팀에 소속돼 세계 최초 기술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 중인 김종범(18ㆍ서울대 컴퓨터공학) 씨, 박현민(18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신기철(19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이선웅(27ㆍ광운대 경영학) 씨, 이승철(20ㆍ아주대 소프트웨어학) 씨, 이지수(19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등 6명의 대학생과 이들의 리더인 이장희(28) KIST 학생연구원이 주인공이다.

헤럴드경제는 IT계의 원탁의 기사 처럼 ‘KIST 기사단’을 자칭하는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솔직 토크’를 들어봤다. 이들과 함께 한국 IT 산업의 현주소와 인재 양성 시스템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열혈 청년들은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철학’을 가감없이 공개했다.

제2ㆍ3의 하사비스를 거부하고 새로운 하사비스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대화는 도발적이었다. 알고리즘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대한민국 시스템에 대해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목소리는 당찼고, 설득력이 있었다. 이승철(20ㆍ아주대 소프트웨어학ㆍ왼쪽부터) 씨, 신기철(19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이지수(19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이장희(28) KIST 학생연구원, 박현민(18ㆍ고려대 컴퓨터학) 씨, 김종범(18ㆍ서울대 컴퓨터공학) 씨, 이선웅(27ㆍ광운대 경영학) 씨가 젊은이의 도전의지를 상징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이선웅(광운대 경영학) 씨=우리 사회에서 한 달에 50만원에 불과한 월급을 받아가며 컴퓨터 알고리즘을 짜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수많은 대학생들은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른바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있어요.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면 너끈히 열 배에 가까운 시급을 받고 연구ㆍ개발을 진행할 수 있고,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작업실을 제공받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능력을 지닌 친구들인데 말이죠. 인재를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국내에서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사비스와 같은 혁신적 엔지니어가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요?

신기철(고려대 컴퓨터학) 씨=맞아요. 국내 모 유명 벤처기업에서 일하던 대학 선배는 같은 직종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어마어마한 대우 차이를 알고 이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나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같은 스타급 인물들만 주목하고, 그 뒤에서 묵묵하게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열악한 환경엔 시선을 외면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이렇게 인재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이어지다간 훌륭한 인재들을 앞다퉈 영입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밀려 국내 IT업계 생태계는 더 황폐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지수(고려대 컴퓨터학) 씨=우리의 한심한 주소를 말해볼까요. 얼마 전 구글 본사 담당자가 채용설명회를 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죠. 그는 ‘구글이 원하는 인재가 있다면, 그리고 전세계 어느 회사든 자신들보다 연봉을 더 높게 주겠다는 곳이 있다면 반드시 그곳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인재를 지켜내겠다’고 했어요. 정말 감동이었죠. 우리 대기업은 그런데 어떻죠? 1등이라는 이유만으로 ‘올테만 와라’ 식으로 인사정책을 펼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장희 KIST 학생연구원=기업 내 해당 분야의 IT 전문가가 수개월의 노력을 통해 개발한 시스템도 비전문가인 경영진의 한마디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경직된 조직문화, 그게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저해하고 있어요. 그동안의 연구 실적이 담긴 ‘개발자 문서’ 하나 정리되지 않아 중요 기술 개발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점 역시 한국 IT 산업의 한계입니다.여기에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능력을 기르기 위해 투자하기 보다는 단편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제 값을 치르지 않고 빼내 오려는 대기업의 ‘갑질’ 문화도 여전하죠. 한심한 일이죠.

주입식 교육 현장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했다. 암기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창의력과는 담을 쌓는 대한민국’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IT업계의 구조적 모순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개선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김종범(서울대 컴퓨터공학) 씨=과학고를 졸업한 저 조차도 한국 교육은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 천지라고 보는데, 다른 학생들은 어떻겠어요. 제가 컴퓨터 알고리즘 연구를 통한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학생들의 창의력을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나 자신과 같이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예요.

이승철(아주대 소프트웨어학) 씨=저는 토론형 수업을 중시하고 학생들 사이의 협력적인 과제 수행을 강조하는 혁신형 중ㆍ고교를 졸업했어요. 중ㆍ고교생 시절 방학때마다 자유롭게 원하는 주제를 잡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만의 문제해결 방인을 구성해봤던 경험들이 세계 최초 기술인 인공지능 탑재 3D 프린팅 기술을 구상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비록 공교육 기관의 현실이 힘들다 할지라도 수직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협력적 네트워킹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하도록 조금씩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지수=초ㆍ중ㆍ고 문제만이 아닙니다. 대학도 그렇습니다. 언젠가 해외 유명 대학의 시험 문제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충격이었어요. 한국 대학의 시험이 단순화된 문제 풀이의 가능 여부를 평가하는데 방점을 두는데 비해 외국 대학은 학생들이 창의성이나 사고력을 발휘해 전반적인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을 보고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추세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대학에서 이어진다면 제2의 빌 게이츠나 하사비스는 커녕 크게 자랄 새싹조차 고사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대화가 진행될수록 기사단 멤버들의 지향점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선웅=기존 기사단 단원들이 이곳에서 협업방식의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능력을 쌓아 좋은 일자리로 스카우트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청년들이 채워 협업방식에 익숙해지며 과제 수행과 더불어 자신의 능력을 함양하는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이 토대를 닦는 것이 우리 1기 멤버들의 의무죠.

이장희=더 많은 청년들이 지금껏 익숙하게 느꼈던 수직적 형태의 주입식 교육 대신 네트워킹형 협력시스템을 새로운 업무수행 방법 패러다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사단 참여의 폭을 더 확대해 나갈 겁니다.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을 넘어 2~3기, 그 이상 이어지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뿌리내리도록 할 겁니다. 당돌하게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일침을 날린 이들 청년의 꿈은 원대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정상을 한국인이 차지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외친다.

이선웅=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ㆍ테크크런치(TechCrunch) 등에서 주최해 4000~5000여팀이 출전하는 메이저급 해카톤(Hackathonㆍ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 동안 해킹을 하는 프로그램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고 알려져 있죠. 이곳에서 우승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선진 IT 업계에 한국 청년들로 구성된 우수한 인재 풀(pool)에 대해 알리고 다른 한국 청년들도 글로벌 시장에 보다 좋은 조건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싶어요.

이장희=저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세계 최초 인공지능 탑재 3D 프린팅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펼쳐지는 메이저급 해카톤 대회에 도전,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쥘겁니다. 우리 기사단 멤버들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입상을 넘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고 감히 자신해요.

김영상ㆍ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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