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이 트럼프에게 전한 ‘초상화’, 단순한 축하 선물이 아니다 [0.1초 그 사이]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지난 3월, 그림 한 점을 미국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에게 건넸습니다. 그림 속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해 7월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트럼프가 결연한 표정으로 피를 흘리며 주먹을 치켜든 모습입니다. 그것도 성조기와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말이죠. ‘선물’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알고 보면 그 안엔 철저하게 계산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푸틴은 직접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침묵 속에서 그림은 마치 웅변하듯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거든요. 우선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니카스 사프로노프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그린 트럼프 초상화가 러시아와 미국 간 외교의 도구가 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의 붓끝에서 나온 그림이 크렘린궁을 거쳐 백악관까지 가게 된 여정은 그에게도 무척이나 뜻밖이었던 건데요. 사프로노프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옛 고객
2025.05.11 00:00진작이었다가 위작, 다시 진작…‘렘브란트다움’ 뭐길래 [0.1초 그 사이]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눈동자 끝에 스치듯 흔들리는 붓결,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처리된 코끝,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답지 않은’ 어색한 명암 처리…. 이런 몇 가지 이유로 17세기 거장의 이름은 그림에서 지워졌습니다. ‘빛을 훔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1606~1669)의 작품으로 여겨졌던 한 인물화는 ‘렘브란트가 아닌 것’이 되었죠.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뒤, 보존과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다시 미술사학자들을 그 그림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엑스레이(X-ray) 촬영을 통해 드러난 밑그림, 어두운 배경 속에 숨어 있던 붓의 리듬, 서명 아래 감춰졌던 원래의 흔적들까지…. 그렇게 그림은 다시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나는, 렘브란트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20세기 중반부터 최근까지도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유례없는 진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한때 진품이라고 여겨지던 작품이 후속 연구로 위작 판정을 받고, 위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25.04.27 00:00‘청빈의 상징’ 달항아리, 60억 몸값 자랑하게 된 비결 [0.1초 그 사이]
24. 조선 후기 백자 ‘달항아리’ 김환기 손길 거치며 달항아리로 명명 현대미술 ‘비움의 미학’과 맞닿으며 ‘인기’ 못난이 항아리 등장…미학적 의미 재질문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 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023년 3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선 보름달을 닮은 우윳빛 도자기를 두고 숨 막히는 눈치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경합은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웃돈을 얹고 구매하겠다는 ‘콜’이 쏟아지면서, 이 도자기를 둘러싼 ‘머니게임’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이제 더 없으신가요?” 마침내 경매사가 경매봉을 두드리며 알린 최종 낙찰가는 60억원(구매 수수료와 세금 포함). 당초 추정가(13~26억원)의 두 배 이상을 웃도는 놀라운 금액이었습니다. 그렇게 꾸밈없이 담백해 보이는 이 도자기는, 정체를
2025.04.06 00:00‘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명화인 이유? “너의 뇌는 알고 있다” [0.1초 그 사이]
23.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연구 결과 작품 볼 때 ‘대뇌 피질 설전부’ 활성화 의식·자기성찰 등 연관 부위…깊은 몰입 증거 눈→입→귀걸이 순 삼각형의 ‘집중고리’ 형성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어떤 그림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 뇌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듭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1632~1675)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1665)가 대표적이죠. 진주 귀걸이가 반짝이는 신비로운 여인은 수세대에 걸쳐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단 몇 초 만에 사로잡았습니다.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 이미지로 마주한 적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 인류 모두가 간택한 그림이
2025.03.23 00:00100억짜리 작품이 가짜라고?…반백 년 英 유명 미술관에 걸린 ‘세기의 걸작’ [0.1초 그 사이]
22. 페테르 파울 루벤스 ‘삼손과 데릴라’ 미술사학자 독시아디스 “이 작품은 가짜” 조악한 붓 터치·현저히 떨어지는 완성도 “20세기 초 마드리드에서 제작” 추정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때는 바야흐로 45년 전인 1980년. 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세기의 걸작을 손에 넣게 됩니다. 17세기 유명 화가이자 바로크의 거장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h)’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당시 내셔널갤러리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250만 파운드(한화 약 4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사들인 이 그림.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100억 원에 달합니다. 미술사에서 한 획을 긋는 경이로운 순간으로 기록될 정도죠. 루벤스의 붓끝에서
2025.03.09 00:00“살 사람은 산다”는 그 그림…물 위에 피어난 ‘미친 경매가’ [0.1초 그 사이]
21. 클로드 모네 ‘수련’ 지난해 9월 홍콩에서 340억여 원 낙찰 경기침체에도 불구 경매 열기 ‘후끈’ 변치 않은 자연의 순간적 아름다움 표현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난해 9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의 분위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며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미술시장을 짓누르고 있던 시기였지만, 이날 밤만큼은 모든 게 달랐죠. 경매사 손짓 하나하나에 호가가 거듭 치솟아 오르더니…. 마침내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의 ‘수련’이 무려 339억9700만 원(2억 홍콩달러)에 낙찰됐습니다. 아시아 경매에서 판매된 모네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순간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미술시장이 위축
2025.02.16 00:00벽에 붙인 바나나가 87억…웃음꺼리가 된 현대미술 [0.1초 그 사이]
20.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전시장 벽에 은색의 덕트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한 개. 누가 장난치나 싶은 이 작품이 미술품 경매에서 620만 달러(한화 약 86억7000만 원)에 팔렸다고 하면 사람들은 묻습니다. “아니, 이게 왜?” 그런데 오늘날 현대미술은 이렇게 답합니다. “예술이니까요.” 금기를 넘나드는 게으른 악동인가, 예술을 해방시키는 비상한 천재인가. 알다가도 영 모르겠고 모르다가도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 사람. 몸값 무지하게 비싼 작가로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65) 이야기입니다. 화장실에 있어야 할 소변기를 전시장에 둔 마르셀 뒤샹의 ‘샘’(1917), 작은 깡통마다 똥을
2025.01.12 00:00천원짜리 이케아 가방에 담긴 ‘85억’ 고흐 명작, 어쩌다… [0.1초 그 사이]
19. 빈센트 반 고흐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 싱어라렌 박물관서 사라진 고흐 작품 미술 탐정 아서 브랜드 덕에 되찾아 작품에서 찾은 DNA로 범인 닐스 잡아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을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바스락거리는 질감의 1000원짜리 이케아 플라스틱 장바구니. 그런데 그 안에 든 그림은 놀랍게도 반 고흐(1853~1890)의 걸작이었습니다. 작품명은 서른하나 고흐가 네덜란드 남부의 작은 마을 뉘넌에서 그린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1884). 그런데 어쩌다 85억원 상당으로 평가되는 고흐의 이 그림이 값싼 장바구니에 담기게 된 걸까요. 시간은 불과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가 강타한 2020년, 대담한 도난 사건 “와장창창!!” 2020년 3월 30일 새벽 3시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쪽에
2024.12.15 00:00“기적처럼 귀환했다” 40조 몸값 치솟은 역대급 미소의 비밀 [0.1초 그 사이]
18.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1911년 8월 세기의 명작 분실에 ‘발칵’ 파리 경시청 경찰 60여명 동원해도 못찾아 2년 뒤 伊 이민자 페루자 범인으로 밝혀져 모나리자 도난으로 고작 6개월 징역살이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을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911년 8월 22일 화요일의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작품 ‘모나리자’(1503~1506년께 제작 추정)를 모사해왔던 화가 루이 베루드는 그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작품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거든요. 시선을 붙잡는 온화한 갈색 눈동자의 여인, 바로 그 모나리자가 제 자리에 없었습니다. 경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에게 말했습니다. “사진 찍고 있겠지.” 당시 박물관은 원작 기록을 위해 정기적으로 소장품을 가져다가
2024.12.01 00:00“300억 예수그림, FBI도 놓쳤다” 마피아가 카라바조 작품을 탐낸 진짜 이유 [0.1초 그 사이]
17.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0.1초 그 사이]는 역대급 몸값을 자랑하는 작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한 작품이 명성을 얻게 되는 데는 작품성을 넘어선 그 ‘어떤 것’이 필요합니다. 안목이 뛰어난 컬렉터나 큐레이터의 손을 거치는 것은 물론 스캔들, 법적 분쟁, 도난 사건, 심지어 예술계를 뒤흔든 저항까지…. 작품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이처럼 다양합니다. 그리고 평판 높은 이런 미술품들은 단 0.1초 차이로 행방이 갈라지게 되죠. ‘찰나의 순간’으로 승부가 나뉘는 치열한 미술시장에서 선택받은 그림들, 그 안에 얽힌 속사정을 들려드립니다. 1969년 10월 17일 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항구 도시 팔레르모. 북쪽 기슭에 자리한 이 도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 암흑을 뚫고 산 로렌초 성당에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악명 높은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의 의뢰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들. 그들
2024.11.15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