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회 제도화해 구민 직접 참여 확대…주요 정책·예산의 헌법 적합성 검토 의무화

헌법도시위원회 설치·맞춤형 헌법교육 추진…조유진 구청장 취임 제1호 결재 구체화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이 제헌절을 맞아 구민들에게 특강하고 있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이 제헌절을 맞아 구민들에게 특강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서울 영등포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헌법도시’ 실현을 위한 조례를 제정·공포하고 헌법적 가치를 구정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제도화했다.

영등포구(구청장 조유진)는 지난 5일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헌법도시 실현을 위한 조례를 제정·공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평등, 법치주의 등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원리를 구정 전반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구민의 기본권 보장과 구민 주권 향상을 구정의 최우선 과제로 명시해 헌법도시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조례 제정은 조유진 구청장의 취임 제1호 결재였던 ‘영등포 헌법도시 선언’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정책 수립과 행정 집행 과정에 헌법적 가치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민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확대다. 구는 주요 구정 현안을 놓고 구민들이 직접 토론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대토론회인 ‘민회(民會)’를 조례에 명문화했다.

민회 참가자는 공개 모집과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다. 민회에서 구민 합의로 채택된 제안은 구 정책 검토와 구의회 예산 심의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며, 관련 과정도 구민에게 공개한다. 구민이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의제 설정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담았다. 주요 정책 결정과 예산 편성, 자치법규 제·개정 과정에서 헌법 적합성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공직자와 구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헌법교육도 실시해 헌법적 가치가 행정 현장과 일상생활에 뿌리내리도록 할 계획이다.

조례에 따라 헌법도시 추진 방향과 주요 사업을 심의·평가하는 ‘영등포구 헌법도시위원회’도 설치한다. 위원회는 헌법·인권 전문가와 구의원, 시민사회 대표 등 20명 이내로 구성해 헌법도시 정책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일 예정이다.

이번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운영에 헌법적 가치를 직접 접목하고 구민 참여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헌법도시의 실질적인 성과는 앞으로 민회에서 제안된 구민 의견이 얼마나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는지, 주요 사업과 행정 결정에 대한 헌법 적합성 검토가 얼마나 내실 있게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이번 조례 공포는 민선 9기 영등포구가 지향하는 헌법도시로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구정 동력이 될 것”이라며 “헌법적 가치를 뿌리내려 구민의 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