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글로벌 정식 출시…웹에서 공기역학 설계
포르쉐 GT3 공기역학 효율 81% 개선
대형 트럭 공기저항 7.38%↓…연비 개선 기대
해외 매출 비중 93%…항공 분야로 사업 확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자동차 3차원(3D) 설계 파일만 올리면 인공지능(AI)이 약 1시간 만에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설계 방향을 찾아준다. 그동안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했던 공기역학 분석을 누구나 웹 브라우저에서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공기역학 기술 기업 에이드로(ADRO)는 AI 기반 공기역학 설계 플랫폼 ‘AOX’를 오는 9일 전 세계 시장에 정식 출시한다고 5일 밝혔다.
AOX는 자동차 외관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웹 브라우저에서 차량의 공기역학 성능을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개발된 서비스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전산유체역학(CFD)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공기저항 분석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작업이었다. 차량의 외형이 어느 정도 완성된 뒤 전문 인력이 고가의 CFD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기 흐름을 분석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디자인을 수정할 경우 분석을 반복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에이드로는 이러한 과정을 차량 설계 초기로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AOX에 차량의 3D 파일을 입력하면 AI가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설계 조건을 제안한다. 약 550만개 계산 격자를 기준으로 5차례 분석 과정을 거치며, 한 번의 최적화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이다. 모든 작업은 클라우드에서 이뤄진다.
에이드로는 실제 차량에 AOX를 적용해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포르쉐 992 GT3다. AOX로 설계한 공기역학 부품을 차량에 장착한 뒤 전남 영암 서킷에서 주행시험을 진행한 결과, 기본 사양과 비교해 공기역학 효율이 약 81%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공기역학 효율은 차량을 노면에 눌러주는 힘인 다운포스를 공기저항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고속 주행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저항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설계 기간도 단축했다. 포르쉐 GT3 전면부 공기역학 부품을 개발하면서 기존에는 수주가 걸리던 반복 설계 작업을 하루 만에 마쳤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테슬라 모델Y를 대상으로도 실제 차량 시험을 진행해 AI 예측 결과의 정확성을 확인했다.
일반 승용차뿐 아니라 대형 상용차에도 기술을 적용했다. 미국에서 대형 트럭으로 분류되는 클래스8 장거리 운송 트럭의 공기저항을 7.38% 줄이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비를 약 3.4%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용차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자동차 업계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유럽연합(EU)은 대형 상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 줄이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제조사들의 규제 대응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배출 실적 산정 방식에 일부 유연성을 부여하면서도 장기 감축 목표는 유지했다.
에이드로는 기존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AOX 개발에 활용했다. 2020년 설립 이후 세계 12개 자동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230여종의 공기역학 부품을 공급하며 실제 주행과 서킷 시험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들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차량의 주행 성능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AOX는 올해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초 6월 정식 출시를 계획했으나, 지난 8월부터 약 2개월 동안 글로벌 오픈 베타 서비스를 운영한 뒤 이번에 상용화에 나서게 됐다.
베타 테스트에는 미국 등 해외 시장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유럽 대학생 포뮬러 경주차 개발팀 등이 참여했다. 앞서 진행한 비공개 테스트에서는 참가자의 80%가 CFD 비전문가였으며, 재사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80%로 나타났다. 서비스 추천 의향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7.6점이었다.
정식 서비스는 월 단위로 사용량을 제공하는 구독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본 제공량을 초과하면 사용량을 추가 구매할 수 있으며, 기업 고객을 위한 별도 요금제도 마련했다.
에이드로는 이번 출시를 계기로 자동차 부품 제조 중심이던 사업을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65억원이고, 올해 매출 목표는 215억원이다.
해외 시장 의존도도 높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93%가 해외에서 발생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과 호주, 일본 등 35개국에 제품을 수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도 유치했다.
향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자동차 외에 항공 등 공기역학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넓힐 방침이다.
윤승현 에이드로 대표는 “공기역학 설계는 그동안 대형 제조사의 전문 조직만 할 수 있던 일”이라며 “AOX는 우리가 직접 부품을 만들고 서킷을 달려 확인한 데이터 위에 서 있다. 이제 누구나 특별한 장비나 전문 지식 없이도, 브라우저 하나로 그 결과를 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