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연구가와 예산 전문가 출신…정치보다 원칙·실력 앞세워 구정 운영

민선 9기 초선 구청장 11명 중 두드러진 학자형 리더…직원·주민 신뢰 속 새로운 지방자치 모델 기대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왼쪽)과 정창수 강북구청장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왼쪽)과 정창수 강북구청장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민선 9기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초선 구청장은 모두 11명이다. 전체의 44%로, 절반에 가까운 자치구에서 새로운 인물이 구정을 이끌게 됐다.

이 가운데 조유진 영등포구청장(60)과 정창수 강북구청장(57)이 주목받고 있다. 각각 헌법 연구가와 지방재정 전문가 출신으로, 오랜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구정을 이끄는 이른바 ‘학자형 구청장’이다.

특히 두 구청장은 정치적 수사나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전문성과 원칙을 앞세우며 구청 직원은 물론 주민들로부터도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 ‘헌법 전문가’...민회 통해 직접 민주주의 실현 노력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에서 성장한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정당 당직자,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거쳤다. 이후 민선 9기 영등포구청장에 당선되며 지방행정의 수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은 헌법에 대한 깊은 연구와 관심이다. 헌법연구소를 운영하며 헌법 연구에 몰두했고 관련 저서도 5권이나 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서울대 법대 출신인 만큼 헌법 전문가가 돼보라는 취지의 권유를 받은 것을 계기로 헌법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조 구청장은 취임 이후 영등포를 ‘헌법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헌법 정신에 기반한 구정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모여 지역 현안을 토론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민회’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12월 3일 열리는 민회는 주민 참여를 넘어 주민이 직접 지역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창수 강북구청장 ‘예산 전문가’ ...예산 효율성 강조 강북 문화와 역사 함께하는 웰니스형 힐링 도시 조성 노력

정창수 강북구청장은 지방재정과 예산 분야에서 오랜 연구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다.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예산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시민사회 활동가로 출발해 정부 예산과 세금, 지방재정 등을 28년 가까이 연구해왔다.

나라살림연구소장을 지내며 예산 감시와 재정 민주주의 확산에 앞장섰고,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 당시에는 예산 낭비 사례를 고발하는 ‘밑 빠진 독상’을 기획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서울시 재정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이론과 시민사회 활동, 행정 현장을 두루 경험한 재정 전문가인 셈이다.

정 구청장은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북구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해야 주민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지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두 구청장의 공통점은 오랜 공부와 전문성을 행정에 접목하려는 태도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형적인 성과에 치우치기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의 원칙을 구정에 적용하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한 주민은 “두 구청장은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해온 사람들인 만큼 배움의 깊이가 느껴진다”며 “인품도 훌륭하고 주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방자치가 30년을 넘어 성숙기로 접어든 지금,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단순히 정치적 역량이나 행정 경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민의 삶을 이해하는 현장 감각과 정책을 뒷받침하는 전문성, 그리고 권한을 겸손하게 사용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유진·정창수 두 구청장이 보여주는 학자형 리더십이 민선 9기 지방자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초선 구청장 특유의 초심과 참신함을 임기 내내 지켜나가는 것이 주민 신뢰를 이어가는 관건이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