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지난 6월 유럽 순방단에 포함된 168명의 영문 이름과 여권 번호 등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이 인터넷상에 5개월여 노출된 초유의 사태를 정부가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 의뢰했다. 외부 ‘해킹’보다는 누군가가 업무상 취득한 파일을 악성코드 검사용 사이트에 업로드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의미다. 해킹이든 유출이든 국가 수반과 정부 주요 인사의 신상 정보가 줄줄 샜고, 언론 보도 전까지 5개월간 까맣게 몰랐다는 점이 본질이다. 민간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때마다 징벌적 제재를 입에 올렸던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보안참사는 ‘악성코드 검사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이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등 168명의 개인 정보가 공개된 곳은 구글의 유료 악성코드 검사 플랫폼 ‘바이러스토털’이다. 사용자가 의심스러운 파일이나 인터넷 주소(URL) 등을 올리면 악성코드 등에 의한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문제는 해당 플랫폼에서 검사한 자료가 전 세계의 백신 업체와 유료 회원 등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점이다. 유출된 파일이 외교부 작성으로 확인됐는데, 외교부 직원이 보안 검사를 목적으로 파일을 사이트에 업로드한 뒤 삭제하지 않은 업무상 실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일은 순방 전인 6월2일부터 약 5개월간 노출돼 있었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유출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은 지난 2일 언론 보도 직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5개월간 최고 수준의 국가 기밀 사안인 대통령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유출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이 대통령과 경호처 경호관을 비롯한 순방단은 지난 9월 말까지 같은 여권으로 4차례, 총 10개국을 방문했다. “사실상 적국이나 테러 단체에 안방 문을 대놓고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경호 참사”라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흩어져 있는 보안 기능을 총괄 조정하는 ‘사이버 차르’ 기구 구성을 검토하라”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와 관련해 2100여 기관에 대한 긴급 보안 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최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63억달러의 해킹 피해를 입었고, 범행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된 마당이다. 사이버 해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뒷받침하는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보듯 우리의 대응 체계는 미덥지 못하다. 차제에 국정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경찰 등으로 흩어져 있는 보안체계를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공격은 하나의 지휘 체계로 움직이는데 방어는 관할의 경계에서 멈춰선 안된다. 명실상부한 사이버 차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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