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고용안정위원회 합의서’ 서명
美 이관 팰리세이드 7.4만대로 축소
신설 EV공장 양산·내달 준공식 예정
AI 제조기술 ‘마더팩토리’ 역할 확대
현대자동차의 핵심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이 자동차 생산기지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전동화 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마더팩토리’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 현대차는 미국으로 이전하려던 국내 생산물량을 당초 20만대에서 7만4000대로 줄이고, 노후 공장 재건축과 신설 전기차(EV) 공장 가동에도 속도를 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3일 울산 1공장과 4공장 2라인(42라인) 재건축에 따른 생산물량 배분 및 고용안정 방안을 담은 ‘고용안정위원회 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사는 지난 6월부터 노후화된 울산공장 재건축에 따른 생산물량 감소와 인력 재배치 문제를 놓고 협상을 이어왔다. 공장별 생산 차종과 물량 배분, 고용안정 대책 등을 조율하면서 생산체계 개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노후 생산시설을 재건축하고 전동화 차종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외 생산물량을 재조정해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가장 큰 변화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미국 생산 이관 규모 축소다. 당초 사측이 제시한 20만대에서 7만4000대로, 12만6000대(63%) 줄었다. 현대차는 미국의 관세 부담과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이전을 추진했지만, 노조는 국내 공장 가동률과 고용안정을 이유로 물량 유지를 요구해 왔다.
국내 생산물량 확보는 노사 간 핵심 쟁점이었다. 현대차는 단체협약에 따라 국내에서 연간 최소 174만대를 생산해야 한다. 올해 생산계획은 183만9000대였지만, 당초 구상대로 20만대가 미국으로 이전될 경우 국내 생산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이관 규모 축소로 국내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부담도 일부 덜게 됐다.
차종별 생산 재편도 구체화됐다. 먼저 재건축 대상인 1공장에서 생산하던 기존 코나는 단종하고, 후속 모델인 신형 코나는 2·3공장에서 나눠 생산하기로 했다. 3공장은 내년 3월부터 내수 사양을, 2공장은 8월부터 북미 사양을 생산한다.
1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이오닉5는 울산 EV 전용공장으로 옮긴다. 노사는 내년 9월부터 EV공장 1라인에서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이에 맞춰 2교대 운영에 돌입한다.
제네시스 GV70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도 내년 3월부터 울산 EV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당초 북미 시장을 겨냥해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했지만, 울산공장 재편 과정에서 국내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설 울산 EV공장도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약 2조원을 투입해 연간 2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이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약 30년 만에 국내에 새로 들어서는 완성차 공장이다. 이달 말 GV90 양산을 시작하고 다음 달 준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신공장은 설계 단계부터 전기차 생산에 최적화된 전용 공정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내년에는 GV70 EREV와 아이오닉5까지 생산 차종을 확대한다. 현대차는 전동화 수요 확대에 대응해 내년까지 EV공장 전 라인의 관련 공사를 진행하고 추가 투입 차종도 확정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중 2라인의 정상 가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울산공장의 변화는 생산 차종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신설 EV공장을 중심으로 AI와 로봇을 활용한 차세대 제조기술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 EV공장에 도입한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폴라리스’다. 생산·품질·설비 시스템에 흩어진 정보를 AI가 분석해 현장 직원의 의사결정을 돕는 기술이다. 향후 AI 적용을 국내외 생산거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차종의 생산기술과 공정을 검증하고, AI 기반 제조 시스템을 고도화해 다른 글로벌 공장으로 확산하는 ‘마더팩토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 공장의 생산체계 조정도 이어진다. 울산 4공장은 팰리세이드 주력공장 지위를 유지하고, 향후 후속 모델 개발 시 친환경차를 포함한 신차를 우선 배정받기로 했다.
노사는 엔진·변속기·소재공장의 생산계획도 완성차 생산물량과 연계해 수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시트공장 역시 재건축과 물량 이관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신차종 투입 등을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울산공장 재건축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번 1공장과 42라인을 시작으로 나머지 2~5공장도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후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는 동시에 AI·로봇 기반 제조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